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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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금방 간다.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하루의 반을 써 버린 느낌이 든다. 이불 속에서 누워 있다가 손을 뻗어 전자책을 켠다. 배준의 소설 『시트콤』을 그렇게 읽었다. 일요일. 무언가 재미난 것이 필요했다. 쉽고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옆으로 누워서 클릭클릭. 『시트콤』의 시작은 도발적이다. 고등학교 안의 상담실에서 벌어지는 소설은 인물이 자꾸 추가된다. 처음에는 둘이었다가 계속 그 비좁은 상담실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소설의 끝에 가면 왜 이렇게 많은 인물이 상담실에 필요했는지 밝혀진다.


소설의 구성 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 『시트콤』은 완벽한 구성 요소를 갖추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기숙 학원을 보내려는 엄마와 안 가려는 딸 이연아의 전쟁을 큰 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시작의 배경은 상담실. 애정 행각을 벌이기 위해 찾아든 두 남녀 고등학생이 들어온다. 교무실 에어컨이 고장 나서 선생님 무리가 들어온다. 그들이 나가고 연인 관계로 추정되는 선생님이 들어와 뜨거운 사랑의 확인을 한다. 그전에 있던 고등학생은 테이블 밑으로 숨었다. 선생님들이 사랑의 확인을 하려는 순간 다른 인물들이 상담실로 들어온다. 엄마와 이연아, 담임 선생님.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이제 비좁은 테이블 밑에 네 명의 연인이 들어가 있다.


서울대로 목표로 공부 시키려는 엄마는 방학을 맞이하여 연아를 철원에 있는 기숙 학원으로 보내려고 한다. 연아는 반기를 들고 결국 집을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시트콤』은 이야기가 따로 노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결국에는 인물들이 벌이는 난장판이 한 군데로 모인다. 집을 나간 연아는 찜질방으로 간다. 아빠 차를 훔쳐 탄 이웅과 김혁은 우여곡절 끝에 연아가 있는 찜질방으로 흘러든다. 『시트콤』의 주인공 고등학생들은 발랄하고 깜찍한 사건을 일으킨다. 말이 발랄이지 요즘 아이들은 겁도 무서움도 없다는 걸 엉망진창 인물들을 통해 표현한다.


심각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 사건 안에 있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대사는 가볍다. 진지함을 벗어난 이야기는 한 편의 시트콤을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오후만 남은 일요일에 읽은 소설 『시트콤』. 심지어 멧돼지까지도 하드캐리로 나오는 소설. 인생을 사는 주체는 나 자신이라는 주제를 슬쩍 끼얹어 놓고 뒤로 치고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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