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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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 『나의 마지막 히어로』의 주인공 리즈는 영화 《록키3》를 보고 인생의 항로를 수정한다. 스물다섯의 그녀는 의사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생활비를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록키 발보아가 클러버 랭과 싸워 챔피언 자리를 되찾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끝나지만 리즈의 삶은 계속된다. 리즈는 망치에 얻어맞은 듯 정신을 못 차린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다. 응급 의사가 찾아오고 의사는 리즈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되어 있을 자리였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다시 훈련을 시작하는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공부를 재개할 것이다.

공부를 더 할 것이다.

의과대학 공부를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부를 마칠 것이다.

결심이 섰다.

의사가 될 것이다.

(엠마뉘엘 베르네임, 『나의 마지막 히어로』中에서)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문장은 짧다. 그래서 소설도 짧다. 짧은 이야기 안에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면 어떨까.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대담을 빼면 6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소설이다. 그 안에 한 인물의 생애가 들어있다. 모든 것. 한 사람의 생애. 리즈는 록키에게 반해 그녀가 버려두었던 꿈을 향해 달려간다. 챔피언을 다시 얻은 록키처럼 그녀 인생에도 얻어야 할 것이 있었다. 것이다라고 선언하면서 그녀는 의과대학 시절 공부한 책을 찾으러 부모님의 집으로 간다. 창고가 되어 있는 방에서 책을 찾아오고 일을 그만둔다. 남자친구 미셸과는 헤어진다.


무언가에 영향을 쉽게 받는 사람이 있다.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는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다. 리즈는 그런 사람이었다. 일과 사랑에서 고민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록키에게서 찾아낸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한 영화의 주인공이었지만 이후에는 리즈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리즈는 실베스터 스탤론의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배우를 흠모하면서 자신의 꿈에게도 빛을 쐬어준다.


소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살아가다 보면 맞닥뜨리는 절망을 얼마나 잘 피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피하거나 정면에서 마주 보거나. 우리는 선택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절망을 마주 보고 희망의 이름으로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리즈에게서 삶은 그런대로 살만한 것이라는 긍정을 받아든다.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다. 조연도 단역도 아니다. 관객이 아무도 들지 않아도 상영되는 영화에서 우리는 걷고 달리고 울거나 웃는다. 어느 역할을 정할지는 주인공인 내가 선택한다.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연기해야 할 인물을 공부하고 큐 사인에 맞춰 움직인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짧은 소설의 은유는 한 인간의 짧은 생을 의미할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한 사람의 인생이 시작된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정해져 있지만 인생의 길이는 알 수 없다. 『나의 마지막 히어로』는 끝났지만 나의 삶은 이제 시작이다. 것이다라고 끝나는 선언을 준비한다. 『나의 마지막 히어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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