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6
정이현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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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소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의 주인공 세영은 아침에 일어나면 죽음을 먼저 생각한다. 약사답게 어떤 약을 먹어야 편히 죽을 수 있을지 아는 그녀에게 매일은 놀라운 날의 연속이 아니다. 대학교 때부터 알게 되어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은 지방에서 낡은 호텔을 경영한다. 그녀 곁에는 한창 사춘기인 딸이 있다. 아이의 학교와 학원 생활을 챙겨야 하고 실질적인 집안의 가장 노릇까지 하는 그녀는 하루가 버겁기만 하다. 도시이면서도 좁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다.


딸 도우가 반장을 하면서 학부모회의 부회장까지 맡았다. 이제는 친하다고 할 수 없는 도우의 친구들이 학폭위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부회장이므로 회의에 참석해야 하지만 그녀는 타인과의 밀접한 관계 맺기가 꺼려진다. 조부모와 사는 아이 하나를 두고 두 학생이 화장실에서 괴롭힌 사건이었다. 피해자 학생의 할아버지는 부회장인 세영에게 수시로 장문의 문자를 보내와 억울함을 호소한다. 남편 무원에게 상의를 해볼까 하지만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졌다.


무원은 그 나름대로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있다. 호텔을 물려받긴 했지만 워낙 시설이 낡아 장사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익명으로 글을 올리던 그는 사람들에게 여성이며 약사라는 직업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다. 호텔 경영이라고 직업을 쓰려다가 약사라고 순간적으로 적은 게 화근이 되었다. 일은 의도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익명으로 상대를 호칭하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들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발 없는 새의 약자인 발새라는 이는 무원에게 관심을 표명한다.


소설은 한 중산층 가정의 균열을 나른하게 보여준다. 깨진 줄도 모른 채 살아가는 관계에서 가족은 위태롭기만 하다. 세영은 결국 학폭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가해자 학생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피해자 아이는 결국 목숨을 끊었다. 아이가 죽고 도우는 상갓집에 가겠다고 한다. 세영은 말썽이 생길까 가지 말라고 하지만 아이는 검은 옷을 찾아 입고 장례식장에 간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아직 순수를 잃지 않는다.


신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를 모른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를 힘들 때마다 간절히 찾는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바쳐지는 소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정이현은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신을 찾지만 신은 우리를 찾지 않는 공허한 세계의 외침을 소설은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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