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딩, 턴
서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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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유미의 장편 소설 『홀딩, 턴』은 작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사랑 이야기로 끝이 난다. 스윙 댄스 동호회에서 만나 사랑을 시작한 진과 랄라는 결혼이라는 결말로 향해 갔다. 결말이 결혼이라고 썼지만 소설은 끝이라는 곳에 결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랑의 끝은 결혼도 이혼도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홀딩, 턴』은 이야기한다. 그들은 서로를 닉네임인 진과 랄라로 부르는 가벼운 만남에서 현실의 이름을 들려주고 무람없이 영진과 지원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진지한 사이로 발전한다. 이별이란 전조도 느낄 수 없는 부분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사랑 역시 그러함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마음이 가닿지도 않았다. 약속이 어긋나고 나와야 할 사람이 나오지 않아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밥을 먹다가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술을 마시고 문 닫아야 할 시간이라 술집에서 나온다. 버스는 끊기고 거리를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감정이 충돌한다. 지원과 영진은 스윙 댄스 동호회에서 만났지만 춤에는 소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지원은 연애 세포를 깨우기 위해. 영진은 파혼한 친구를 달래주기 위해. 춤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움으로 변했다. 영진은 9급 공무원으로 스윙 댄스 이외에도 수화를 취미로 배우고 있었다. 그가 공연을 하기로 한 날 어쩌다 보니 지원만 그 자리에 가게 되었다. 이렇듯 사랑은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연한 수순까지는 아니지만 영진의 열렬한 구애로 그들은 결혼을 한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의 결말처럼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아닌 그리하여 그들은 싸움을 시작하고 각자의 방에 머물고 별거 끝에 이혼을 결심했습니다라는 동화의 판타지를 깨면서 소설은 출발한다. 발을 씻지 않는 것 때문이었다. 연애는 상대방의 맨발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결혼이란 상대의 맨발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홀딩, 턴』은 말한다. 영진은 정리를 잘하는 스타일이지만 위생 관념은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외출해서 손과 발을 바로 씻지 않고 자기 직전에 씻었다. 지원은 그런 점을 참을 수 없어했다. 문을 열지 않고 발냄새를 풍기며 축구를 보고 있는 영진. 식탁에는 배달 음식 그릇이 놓여 있는 그날 지원은 눌러 두었던 화를 낸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던 어른들의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깨진 그릇은 붙여 쓸 수 없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결혼을 했다고 해서 상대방의 단점을 고쳐야 한다고 이런 점은 네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보기도 하지만 실패한다. 각자의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상대의 기분에 그때그때 맞춰줄 순 있겠지만 한계 상황이 찾아온다.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지금의 불행을 행복으로 위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홀딩, 턴』을 추천해주고 싶다. 지원은 스윙 댄스 동호회의 카페 메인에 걸려 있던 문구를 떠올린다. '즐겁지 않으면 스윙이 아니다.' 이 말을 단어를 바꿔 지원과 영진에게 돌려준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가도 못 살지도 모르는 인생. 우리는 우리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나는 이혼해도 너희랑 호칭부터가 다르다. 싱글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니?

-그래, 너는 많이 무겁다. 승천 보류.

취객들의 대화에 지원은 소리 내어 웃었다. 흩어지고 사라질 웃음이지만 위로가 되었다. 마음이 무너질 때 사람을 끝까지 지탱하고 보듬어주는 게 있다면 유머와 애정일 것 같았다.

(서유미, 『홀딩, 턴』中에서)


지금의 불행을 잠깐 홀딩 해 두고 새로운 인생을 향하여 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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