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 지혜의 시대
변영주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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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나 때문이든. 당신 때문이든 간에 말이다. 세상은 바뀌지 않고 나만 바뀐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바뀔 수 있거나 부정적이고 퇴행적으로 바뀔 수 있는 건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어느 소설 중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세상은 바뀔 수 없지만 나는 바뀔 수 있다. 바뀐 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나라도 바꿔야 한다는 주인공의 말을 늘 생각한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나. 책임이 싫어 복잡한 일은 피하는 나. 긍정보다는 불안을 먼저 내세우는 나. 진짜 바꿀 수 있을까.


영화감독 변영주의 강의를 담은 '지혜의 시대' 시리즈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는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r게 하는 책이다. <방구석 1열>에서 쉽고 친절한 언어로 영화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변영주는 이 책에서도 청중을 향한 자신만의 확실한 영화 철학을 들려준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모든 꿈이 사라져 가고 있는 시대에 청춘들에게 삶을 향한 조언과 유머 섞인 이야기를 말한다. 책이 짧다는 게 이토록 아쉬울 수가. 다큐멘터리의 정의부터 한국 영화가 처한 현실과 바람을 가감 없이 이야기한다.


제가 본 소설이나 영화 중에 좋았던 것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대개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억울하잖아요. 저는 수십수백 편의 그저 그런 작품들을 보고 그중에서 한두 개를 발견한 건데 그걸 알려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당황스럽고 억울하지요. 저는 여러분도 재미없는 작품들을 보고 견디는 지루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명작을 찾아낼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변영주,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中에서)


영화를 만들든 만들지 않는 사람이든 간에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변영주 감독에서 청중은 '특히 좋아하거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다른 소설 혹은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한다. 변영주 감독은 '재미없는 작품들을 보고 견디는 지루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 명작을 찾아'내라고 말한다. 씩씩하고 거침없는 화법이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해 읽다가 웃음이 났다. 죽어라 읽어서 재미있는 작품을 찾아내는 것인데 그걸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뼈 때리는 대답인 것이다.


쉽지 않다. 살아가기가.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조차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서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저 프로그램 명령이 입력된 기계처럼 하루를 버티는 것이 전부인 삶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만드는 변영주는 자신이 만든 영화가 낮은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하는 삶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잃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상업 영화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감독 변영주는 연대라는 책임을 끝까지 가져간다.


제가 만드는 영화가 세상을 더 좋아지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아주 다른 거거든요. 제 영화는 그런 일을 할 힘이 없지만, 제가 제 호수 안에 있던 어떤 물고기를 잡아먹고 만들어낸 한 문장 하나가 여러분에게 세상과 싸우겠다고 결심할 마음의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면 저 스스로는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호수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변영주, 『영화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다』中에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뒷걸음질 치기보다 한 걸음 나아가는 선택을 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가 내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누군가가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 일이 세상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내 안의 호수의 깊이를 가늠해본다. 그 안에 뛰어놀고 있을 나의 다정한 마음들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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