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 지음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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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의 결말이 '완치'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황승택 기자는 2015년 갑작스러운 백혈병 진단으로 투병 생활에 들어간다. 한 달 동안 근육통과 피로 누적을 겪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혈액암인 백혈병 진단이 내려졌다. 병원에 입원해 무균실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2만 분의 1의 확률이라는 조혈 모세포 기증을 받았다. 퇴원 후 복직 한 달 전에 다시 재발. 응급실에서 3일을 기다린 끝에 재입원. 4만 분의 1의 확률이라는 타인의 조혈 모세포 기증을 다시 받았다. 다시 재발. 두 번의 재발을 겪고 그는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3차 치료를 하고 있다며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는 끝난다.


이 책은 실체 없는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몸이 아파 검사하러 간 병원에서 병의 확인을 받고 치료를 받는 병원기가 담담하게 실려 있다. 문장으로 읽었을 때야 담담하지 병의 고통을 잊기 위해 써 내려간 당사자의 마음을 차마 짐작할 수가 없다.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왜 이런 고통을 나에게 주셨을까 원망도 했을 법하다.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 하고 나름 몸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삼십 대 후반이면 회사, 가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나이이다. 황승택 기자는 어린 두 딸과 아내, 부모님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글을 쓰는 것이다. 기자가 아닌 환자로서 겪은 병원의 일상을 SNS에 올린다. 공감이 된 부분은 면회에 대한 단상이다. 주말이면 환자의 가족들이 병원으로 몰려온다. 그러기 보다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마음을 전해달라고 한다. 바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은 의문문보다는 평서체의 문장으로. 병원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이다. 환자와 간병인이 편히 쉬어야 할 공간에 가족들이 몰려와 소란스럽게 하는 어느 장면에 나도 끼여 있었다. 무례하게도 면회객은 나의 환자를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환자는 그 눈빛을 보고 모멸감을 느꼈다. 병이 죄인 것 마냥.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의 글은 수기로써 가치를 가진다. 병원의 시스템과 우리나라가 백혈병 환자를 대하는 시선을 바꾸어 나갈 것을 조심스럽게 말한다. 전공의가 아닌 수련의가 환자의 치료를 할 때 환자는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병원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록까지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는 기자의 글답게 생생함을 자랑한다. 말기암을 진단받은 노인과 주고받은 대화. 국가의 정책으로 세계 각지에서 특실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외국인의 간병인과 나눈 이야기.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몰랐을 주변의 사소한 풍경들이 주는 의미를 되새긴다.


3차 재발로 투병 중이라는 결말은 우리를 암담하게 하지만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배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부제를 이 책에 붙여 주고 싶다. 병에 걸린 것은 고통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삶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는 전한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 고통이 없다면 죽은 것이다. 그가 '완치'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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