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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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은 목양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백승호의 말대로 주변에는 노래방, PC방도 없고 목양교회 담임목사 사모 권미정의 하소연대로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 사 마실 곳도 없는 적막한 곳이다. 주변에는 딸기 비닐하우스에 포도 농장이 있고 하루 종일 사람 보다 닭을 더 많이 만나는 곳이다. 유흥을 즐기려면 시간도 제대로 맞춰서 오지 않는 버스를 타기 위해 20분이고 30분이고 목양 슈퍼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농공단지가 세워지긴 했지만 산이나 깎고 공기나 더 나빠졌다. 폐비닐 재활용 공장에 다니는 백승호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면 자기의 후임으로 쓸 작정이다.


그런 곳이다. 목양면은. 이름대로 양을 치거나 해야 할 것 같은 곳. 하지만 양보다 닭이 더 많은 곳. 그런 농사짓기를 물려 주기 보다 일찍이 공장에 취업해서 돈을 벌라고 부모가 아들에게 말하는 곳. 그곳에도 그곳은 있다. 교회. 중학교 영어 선생을 하던 최근직은 한 날 한 시에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다. 유조차가 그들이 탄 열차를 들이 받아 그만 겨우 살아남았다. 죽을 작정으로 산에 올랐다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계시를 받고 그는 신의 말씀을 따르는 사람으로 살았다. 그가 지은 목양교회는 목양면의 중심이 되었다. 재혼해서 낳은 아들 최요한이 담임 목사가 되었다. 최요한이 있던 교회 지하에서 불이 났다. 이기호의 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의 간략한 내용이다.


소설을 설명하자면 목양면이 어떤 곳인지부터 밝혀야 할 것 같아서 길게 소개했다. 목양면은 좁고 커피 한 잔 사 마실 데 없는 아이들은 광역시에 나가 놀아야 하는 시골인 것이다. 이기호는 목양 교회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밝히기 위해 사건 관련자들을 한자리에 모은다. 소설의 형식은 신앙의 간증처럼 증언의 형태를 띠고 있다. 증언이라는 게 듣는 사람만 앞에 있으면 못 할 이야기가 없다. 소설에서 증언하는 사람들도 사건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도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담임 목사 최요한이 죽고 건물에 살고 있던 몇 사람이 병원 신세를 진, 목양면이 생긴 이래 최대의 사건을 파헤쳐 가는 소설은 건조하고 이상하게 웃기고 서글프다.


사건을 파헤쳐 갈 의지가 있나 싶은 청자를 앞에 두고 떠들어 대는 증언자들의 이야기 한마당에는 그들이 숨겨 놓고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목양 교회에서 일어난 사건은 화재 사건이 아닌 제목대로 방화 사건이다. 누군가 불을 놓았다. 도대체 왜? 교회와 교회를 둘러싼 주변 권력관계가 있었나. 아니면 교회를 증오하는 원한 범죄 때문이었나.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만 45세 소설가 이기호는 나이 모름에 직업은 무직인 하나님까지도 증언자로 불러온다. 영화 <밀양>에서 아이를 납치해 죽인 범인이 교도소 안에서 자신은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말에 신애는 가슴을 치고 울부짖는다. 하늘을 향해 여기를 보고 있냐고 소리친다. 신이 있다고 믿던 그들에게 신은 어디에도 없으며 너희들이 간절히 불러도 나는 너무 바쁘다는 사실만 알게 된다. <밀양>에서나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에서나.


죄가 있고 벌이 있다. 용서는 어디에 있나.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최근직의 진실은 무엇인가. 차분하고 맑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목양교회 담임 목사 최요한의 이면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인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고 벌을 받아야 하는가. 이기호는 그 답을 모욕으로 들려준다. 신도 신의 대리자도 아닌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대치의 형벌은 모욕이라는 말을 소설로 말해준다.


영화 <밀양>은 이청준 소설의 「벌레 이야기가」가 원작이다. 소설의 결말이 더 참혹하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은 인간이 처할 수 있는 불행의 서사를 껄렁한 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소설이다. 만 45세 소설가 이기호는 모욕의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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