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의 여행 - 형과 함께한 특별한 길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리나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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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안다. 그러니까 산다는 게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인생이라는 게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은 안다. 더 살아봐야 아는 것도 있겠지만 지금껏 살아보니 대체로 사는 건 대책 없고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야 만다는 사실 정도는 알게 되었다. 종교는 없지만 사람에 대한 기대는 있다. 감당할 만큼의 슬픔을 나에게 가져다준다는 어느 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슬픔에 겨워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시련만 주시니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동인형처럼 계속 끄덕 끄덕.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아, 휘청거릴 수는 있어도.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일중독자의 여행』을 읽는 동안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끄덕거림은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울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눈물이 나왔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번역가의 글의 제목처럼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그의 형과 떠난 여행기를 쓴 산문집이다. 책은 두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에 지친 니컬러스가 우편물에서 발견한 여행 책자를 보고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세계 여행을 떠나자는 것이다. 그의 형 미카는 흔쾌히 동생의 제안을 수락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형 미카는 낙천적이고 삶을 사랑하는 긍정주의자이다. 시련이 찾아와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힘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 반해 동생 니키는 삶이란 살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다. 기대한 대로 흘러가야 하며 정해진 계획 안에서 움직여야 안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동생과 형이 세계 일주를 떠난다. 『일중독자의 여행』 은 여행기이면서 그들 형제가 나누어 가진 삶의 무게를 털어내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가족으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 그럼에도 감당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는 듯이 그들 형제와 여동생을 키웠다. 강인한 부모 곁에서 자란 그들은 세상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여행기와 섞어서 풀어낸 솜씨는 훌륭했다. 일 중독자임을 자처하는 소설가 니키는 여행 전날까지도 과연 다섯 아이와 아내를 두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한다. 형은, 그의 낭만적인 형은 동생의 기분을 알아채고 마음껏 즐기라고 말한다. 동생의 기분을 풀어주고 타인을 편하게 해주는 형과 함께라면 세계가 아닌 우주여행이라도 함께 하고 싶다. 니키는 형과 떠나는 여행에서 그들 형제와 여동생이 겪은 성장 과정을 들려준다. 소설을 잘 쓰는 사람답게 그는 대중을 웃기고 울리게 할 줄 안다.


『일중독자의 여행』에서 우리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을 보면서 웃고 울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므로. 책을 읽어가는 동안 차라리 이것이 소설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순간이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닥친 시련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었으므로. 그럼에도 형제는 이겨 낸다. 살아가고 슬퍼하고 극복하고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책의 전부를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일중독자의 여행』을 꼭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시간은 잘도 흘러 어느덧 2018년도 끝나가고 있다. 올 한해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일중독자의 여행』이다.


우리가 슬픔에 빠져 넘어져 있을 때 손을 잡아주는 이는 누구인가.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때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 주는 이가 있다. 가족. 시대의 흐름이 변해 가족의 개념도 바뀌었다. 혈연을 나누었다고 해서 가족은 아니다. 오래 만나 알아온 사람이 가족이 된다. 사람. 나의 슬픔에 공감해 주고 아파해주는 이는 온기를 가진 사람이다. 아무도 없다고 절망하면 안 된다. 『일중독자의 여행』을 읽으며 형제가 걸어가는 길이 꽃길이기를 바라본다. 꽃길이 아니어도 그들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이 꽃길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이해이다. 『일중독자의 여행』이 그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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