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청소부
박생강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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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이 작가는 뭔가. 박생강은 전작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를 쓰기 위해서 사우나에서 일을 하지 않나 이번 작품 『에어비앤비의 청소부』를 쓰려고 진짜 에어비앤비에서 청소부를 하지 않나. 인과 관계를 면밀히 따지자면 박생강은 소설가로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사우나, 에어비앤비에서 일을 한 것이다. 소설가이니까 그런 것도 경험이니 그걸로 소설을 썼다. 어찌 됐든 단순히 취재나 자료 조사를 해서 소설을 쓴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현장형 소설가라고 할 수 있다,라고 쓰지만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활인 박생강의 슬픔이 있을 것이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온갖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옛말이고 이제는 꼼꼼한 취재와 자료 조사, 공부 하면서 소설을 쓴다, 지금의 소설가들은. 소설가니까 전부 경험하지 않아도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살려 현장의 분위기를 소설에 담아내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이다. 박생강은 다르다. 직접 일을 한다. 사우나에서 라커룸을 정리하고 키를 받고 천태만상 온갖 인간들을 겪어낸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는 작가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지인의 소개로 에어비앤비에서 룸 세팅 및 청소 프리랜서 일을 했다. 말은 멋있어 보인다. 룸 세팅 및 청소 프리랜서. 이걸 쉽게 풀어보자면 제목 그래도 에어비앤비에서 '청소부'로 일을 했다. 그러니까 사람은 뭐든지 해봐야 한다. 사우나에서 일을 했다는 경력을 인정받아 '스카우트' 된 것이니까.


  소설가인데. 좀 슬프게 들리나. 어쩌겠는가. 돈도 벌고 소설의 소재로도 써먹을 수 있다면 청소 할아버지라도 해야 하는 것을. 『에어비앤비의 청소부』는 나름 잘 나가는 회사의 재무부에서 일하는 영훈이 여자친구와 이태원에서 에어비앤비 방을 하룻밤 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만 몰랐나. 에어비앤비가 무엇인지. 사람은 자고로 책을 읽어야 한다. 에어비앤비는 요즘 떠오르는 숙박업으로 호황 중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방을 하나 내 놓고 투숙객을 받는다. 호텔이나 여관 같은 인간미 없는 숙박 시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 집, 은 아니지만 내 집 같은 아늑함을 느끼고 싶어 찾는다. 


  영훈은 동생 설희의 표현대로라면 잘 훈련된 소시오패스의 기질을 가졌다. 회사에서 숫자를 들여다보며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도 회사를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소심한 인물이다. 여자친구와 신나는 하룻밤을 보내고 갑자기 결별 통보를 받는다. 그때부터 일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퇴실 시간이 다 되어 들이닥친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운을 만난다. 이름과는 다르게 지지리 운도 없는 운과 엮이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형태가 있다는 것을 그가 즐겨보는 유튜브 방송의 너머의 삶이 아닌 진짜 인간과 만나면서 깨닫는다. 


"이제 그……자신만의 명언을 찾은 거야?"

원래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은 다시 심양으로 돌아갈 건 아니지,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좀 무례하게 느껴질 것도 같았다.

"네, 로그인보다 로그아웃."

"아니, 그따위가 무슨 명언이야?"

운이 빤히 나를 쳐다보다 말했다. 

"왜요? 인생에는 로그인보다 로그아웃이 중요한 순간이 있다. 그게 지금 나한테는 최고 명언인데. 그러니까 나, 당분간 심양에는 안 가요. 비행깃값도 없고 룡에게 받은 프로그램까지 삭제해서 좀비폰으로 대신 결제할 수도 없고."


 나이는 어리지만 인생의 온갖 잡다한 구질구질한 일을 겪은 운과 만나면서 영훈은 비로소 자신의 삶을 성찰할 준비를 한다. 운의 말대로 인생은 어딘가를 들어가는 것보다 빠져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치고 빠지기를 잘 해야 한다. 인생은 자신만의 명언을 만들어 가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소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는 고독한 도시에서 만난 두 남자의 우문현답으로 가득하다. 소설을 쓰기 위해 어디에 취직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소설가 박생강의 다음 직업이 궁금하다. 설마 킬러 소설을 집필 중인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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