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 어른인 척 말고 진짜 느낌 좋은 어른으로 살아가기
박산호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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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가 박산호의 이름을 알게 된 건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를 읽으면서부터였다. 책 자체도 재밌었지만 막힘없이 흘러가는 우리말로 옮긴 솜씨가 놀라웠다. 그 후에는 로렌스 블록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름을 외워 버렸다. 탐정 매튜 스커더 시리즈를 계속 읽고 싶은 마음에 번역이 되지는 않았는지 이름을 검색해서 살펴보기도 했다. 외국 소설의 경우 번역가가 누구냐에 따라 글의 흐름이 달라지기도 한다. 좋아하는 외국 작가의 경우 꾸준히 한 번역가가 우리말로 소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름만 알고 다른 것들은 모른 채 책을 읽어 나갔다. 이번에 나온 산문집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박산호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모습들도 알 수 있는 책이다. 번역가로서의 일상은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로 알 수 있을 것이다(이 책도 사 놔서 곧 읽을 예정이다). 산문집을 좋아하는데 작가의 일상을 곁에서 바라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문집을 읽으며 하루에 시작은 어떻게 하는지,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지, 글을 쓸 때 어떤 도구들을 사용하는지 등의 세세한 일상의 무늬를 헤아려 본다.


  서른에 아이를 낳고 홀로 아이와 영국 유학을 떠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문 번역가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어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어른이 아니다. 나이를 더 먹었다고 어린 사람에게 충고 비슷한 말로 상처를 주는 어른은 제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막말을 듣지 않을 권리와 상처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알려준다. 혼자 아이와 영국 유학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에 대해서는 남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직업 가지고 아파트와 차를 사고 아이 둘 이상을 낳아 기르는 삶의 끝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아등바등 살면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놓쳐 버리지 말라고 해준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일상에서 느꼈던 어려움과 이해의 과정들이 편안한 어조로 담겨 있다. 놀랄 정도로 아이들은 강하며 어른 보다 위대한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부분에서 감탄을 했다. 우리 역시 아이의 과정을 거쳐왔음에도 어른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재단하고 규정하려고 했다.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 더 살았다는 거만으로 타인을 대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에서 들려주는 충고는 따뜻하고 그가 느낀 솔직함의 언어가 더해지면서 나의 불안함을 위로한다. 주름살이 늘고 흰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라도 우리는 책을 읽고 낯선 곳을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지혜를 쌓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책 읽기. 내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음에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책이라는 어른이 있어 이토록 자상한 실패와 노력의 경험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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