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 리버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1
데니스 루헤인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비밀은 없다. 진실이 숨어 있을 뿐이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미스틱 리버』를 읽고 든 생각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묻어 버리고 싶었지만 진실은 잔인한 얼굴로 돌아온다. 소설은 세 남자의 어린 시절부터 출발한다. 열한 살의 소년들. 순수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운명은 호락호락하게 굴지 않는다. 숀, 지미, 데이브의 우정은 그날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금이 간다. 여느 아이들이 그렇듯 잘 놀다가도 싸우고 다시 놀기를 반복한다. 그때도 그랬다. 길에서 우연히 싸움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경찰을 사칭한 남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날 그 거리에서 놀지 않았더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정은 필요 없다. 운명은 그 애들을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어른의 시간으로 끌고 들어간다. 길에서 싸움을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남자는 곶이 아닌 평지에 사는 데이브를 차에 태우고 사라진다. 마을은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곶과 평범한 주민들이 사는 평지로 나누어져 있다. 지미는 평지에 살지만 어떤 이유로 자신은 곶에 산다고 말한다. 남자는 가난한 동네에 살고 있는 데이브를 납치해 간다. 데이브가 차에 타고 친구들을 쳐다본다. 차에 태워지면서도 그는 친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데이브는 납치된 지 4일 만에 가까스로 탈출했다. 사람들은 기뻐하고 흥분했다. 숀과 지미는 친구를 찾아갔지만 창문에 서서 자신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데이브의 얼굴만을 봤을 뿐이다. 데이브는 아이들 틈에서 잊혀 갔다. 그가 겪은 일이 그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았다. 데이브는 남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 운명은 데이브를 어른의 시간이 아닌 늑대에게 잡힌 소년의 기억으로만 머물게 했다. 


  소설은 세 남자의 엇갈린 운명을 이야기한다. 그 거리에서 경찰을 사칭한 남자의 차에 아무도 타지 않았어야 했다. 『미스틱 리버』는 무수한 가정으로 그날을 기억에서 지우려 해보지만 실패하는 소설이다. 기억은 소년들에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들이 자라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현재까지 따라다닌다. 숀은 경찰이 되었고 지미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도둑으로 명성을 날렸다가 지금은 손을 씻고 마켓의 사장이 되었다. 데이브는 고교 시절 유격수로 활동했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고 결혼해서 아들,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운명은 데이브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데이브가 술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그날 지미의 딸 케이티가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데이브는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집으로 들어왔다. 데이브의 아내 셀레테스는 강도를 만났다는 남편의 말을 믿지 못한다. 남편이 친구 딸, 자신에게는 사촌 언니의 의붓딸을 살해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한다. 데이브는 아내에게 어렸을 때 당했던 일을 털어놓지 않았다. 모든 것이 오해라는 말도 빨리하지 못했다. 


  세 남자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저 잠깐 알았던 사이였다. 그들의 관계는 죽음이라는 사건으로 인해 다시 이어진다. 숀은 케이티를 죽인 범인을 찾다가 술집에 남아 있던 데이브를 조사한다. 지미는 셀레테스에게 남편이 그날 피를 묻히고 집에 돌아왔다는 고백을 듣는다. 죽음으로 모인 그들은 죽음으로 다시 흩어진다.


  소설은 냉담한 시선으로 세 남자의 과거, 현재, 미래를 그린다.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흐르는 강에는 무수한 비밀이 잠겨 있다. 잘못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온다. 그들이 묻어버리고 싶었던 비밀은 시간이 지나 다른 형태의 비밀로 찾아온다. 강바닥에 잠겨 있는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떠오른다. 운명은 어느 날 우연이라는 손님으로 가장해 그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봐, 잘 있었어?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그를 대해야 하는 것일까. 『미스틱 리버』는 과거라는 지옥에서 탈출에 실패한 운명을 보여줌으로써 현재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신이 누리는 현재는 추악한 비밀과 거짓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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