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켄지가 실종 아동을 발견하고 우는 순간 나의 마음도 함께 무너졌다. 일곱 살 남자아이. 새뮤얼 피에트로. 실종된 후 2주 동안 그 아이가 먹은 것이라곤 감자칩과 고구마칩, 맥주가 전부였다. 오른손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수갑에 묶여 있었고 등과 엉덩이에 채찍질을 당했다. 아동 성범죄자 전과가 있는 놈들의 짓이었다. 켄지는 네 살 된 아만다 맥크레디를 찾다가 포기한 후였다. 아만다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친구 부바에게 동일 전과가 있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줬다. 부바는 시간이 흐른 뒤 응답해 왔다. 켄지가 보여준 세 사람의 거처를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그곳에서 켄지는 새뮤얼의 모자를 쓰고 있는 레온을 본다. 아이는 켄지가 찾아가기 45분 전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가라, 아이야, 가라』는 아동 실종을 다루고 있다. 아이들은 한 해에 몇만 명씩 사라지며 대부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아무도 아이들의 행방을 모른다. 전작 『신성한 관계』에서 처단한 게리 글린은 사람 좋은 전직 경찰의 얼굴을 하고 아이들을 죽였다. 그가 죽었기 때문에 몇 명의 아이들을 사라지게 했는지 정확한 통계치를 알 수 없다. 『가라, 아이야, 가라』는 게리 글린들의 의해 사라지는 아이들을 찾기 위한 켄지와 제나로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약쟁이로 의심되는 헬렌은(실제 그녀는 대단한 마약 중독자였다. 물론 알코올 중독까지도 포함한다.) 네 살 된 딸 아만다를 두고 심지어 문도 잠그지 않고 친구 집에 텔레비전을 보러 갔다. 그 사이 아이는 증발하듯 사라졌다. 아이가 반항한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아이를 본 이웃도 없다. 골든 타임을 넘기고 있었다. 납치의 경우 하루를 넘기면 생존율은 반으로 줄어든다. 3일이 흘렀고 헬렌의 오빠와 새언니 베아트리체가 켄지와 제나로를 찾아왔다. 이미 경찰이 수사력을 모으고 있음에도 그들은 조카를 찾기 위해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찾아온 것이다. 


  헬렌은 다정한 엄마는 아니었다. 그녀는 아만다를 방치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녀는 마약 거래 현장에 아만다를 데리고 갔다. 심지어 헬렌은 경찰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아만다가 사라진 시각 그녀는 친구 집이 아닌 필모어라는 술집에 그녀 애인과 함께 있었다. 실마리조차 없던 아만다의 실종 사건은 헬렌이 애인과 저지른 현금 강탈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단서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겨우 네 살. 무관심이 익숙한 어린아이. 아만다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신성한 관계'까지 나아갔던 켄지와 제나로의 관계는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파탄이 나고 만다. 켄지의 선택에 제나로가 반대를 표하면서 사이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소설은 아동 학대와 방임, 폭력을 다루면서 우리가 매 순간하는 선택의 문제가 옳은지 묻는다. 아만다 실종 사건 배후에는 법을 초월한 선택을 하려는 어른들의 욕심이 있었다. 아동을 학대하고 방임해도 친권을 가져올 수 없다. 심지어 아이를 죽여도 단기형을 살고 다시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할 것인가 『가라, 아이야, 가라』는 집요하게 물어 온다. 


  실종 아동을 찾는 추리 소설을 읽으며 가슴이 찢어지다니. 주인공이 울 때 같이 울어 버리다니. 독자의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만들다니. 데니스 루헤인은 소설이 무엇인지 아는 작가이다. 장면의 전환이 빠르고 이야기를 뒤집고 비틀면서 독자의 마음까지도 쥐락펴락하는 천재다. 『가라, 아이야, 가라』의 결말의 켄지가 헬렌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이 세계는 바뀌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마음이 찢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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