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유리 낭만픽션 8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은 나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일본으로 데려간다. 일본 전역으로 뻗어 있는 기차역으로 사람이 가지 않은 짐승이 다니는 길로. 시대는 다양하다. 전쟁 중이거나 전쟁이 끝난 혼란한 일본의 시간에서 미스터리는 펼쳐진다. 나이 마흔에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다양한 작품을 썼다. 미스터리 소설가로 알려졌지만 역사 소설로 데뷔해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전력이 있다. 


  나는 주로 그의 미스터리 소설을 읽어왔다. 단편과 중편 컬렉션을 좋아하고 논픽션을 단행본으로 묶은 『일본의 검은 안개』를 인상 깊게 읽었다. 사건의 개요를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소개하는 방식의 서술이 마음에 든다. 진행 개요를 따라가다 만나는 트릭의 반전을 마주하다 보면 때론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범죄자의 인간 본성에 숨겨둔 교묘함과 간악함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더욱더 간담이 서늘해진다. 


  최근에 나온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현란한 유리』는 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가진 사람들의 비극을 연작 형식으로 쓴 추리 소설이다. 흠결이 없고 다이아몬드의 모양은 원형이다. 링은 백금 한 돈. 보석상 우카이 주베에는 자신이 판 다이아몬드 반지의 구매자에 대한 간단한 이력을 수첩에 적어 놓는다. 어찌 된 운명인지 보석을 사 가는 사람의 신변에는 어둡고 불길한 사건이 생긴다. 열두 편의 이야기는 다이아몬드를 손에 쥔 사람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다. 


  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혼란한 일본 사회의 단면을 미스터리로 포착해내는 재주는 마쓰모토 세이초를 따라갈 수 없다. 탐욕에 눈이 먼 자들을 내세워 불온한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실려 있는 작품 중 「백제의 풀」과 「도망」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전쟁 중 한국에 복무한 경험이 들어 있다. 그는 징집되어 이 년 정도를 한국의 정읍과 용산에서 지낸 적이 있다. 사람이 죽고 건물이 무너지는 전쟁 중이어도 오히려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은 불타오른다. 


  짧은 이야기 안에 인간의 욕심과 배반, 슬픔까지 다룬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지 않는 인물들의 결말을 상상하는 재미까지도 마쓰모토 세이초는 그려 놓는다. 사건의 전모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않는 범죄자의 트릭 앞에서 과연 인간이란 이토록 잔혹한 것이구나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과응보식의 결말이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욕심의 끝에는 처절한 슬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라면 『현란한 유리』안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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