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갑자기 오른손의 통증을 느낀 작가 김신회는 일을 쉬기로 한다.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을 보상하기라도 하는 듯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보낸 날의 기록은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왔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라는 제목을 달고서. 그런 시간과 날이 있다. 몸의 통증 혹은 정신의 아픔으로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서야 할 때가. 각자의 방법으로 상처의 시간을 견딘다. 우리는 견디거나 이겨내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 팩에 이만 원 하는 딸기를 사서 먹기도 하고 동네 맛 집을 스스로 찾아내어 매일 그곳에 들르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프리랜서로서의 불안한 삶은 잠깐 정지했다. 손이 아프니 자판을 두드릴 수 없었다. 하루를 겨우 보내면서 느낀 짤막한 감상을 두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 뿐이었다. 오래 만난 사람과 잦은 헤어짐이 일어났으며 사과하는 타이밍을 놓쳐 늦은 후회를 한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느끼는 어른으로서의 불안감을 겪어 냈으며 사람들의 무례한 질문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굉장한 일을 하지 않는다. 나로 인해 세계가 흔들리거나 바뀌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쁘고 지치고 피로하다. 나의 삶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어느 날 신은 다가와 잠깐 멈춤이라는 신호를 준다. 그동안 바쁘고 아팠으니 방구석에 드러누워 있기도 하고 오후가 되면 동네 산책을 가라고 해준다. 신호를 받은 이상 나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계속 나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으니까. 


  타인과 사소한 신경전을 벌이고 들어온 날에는 상황의 이해보다는 나의 감정을 먼저 살피라고 조언한다. 상대에게 무심하게 했던 위로의 말을 다시 살펴 보기도 한다. 자신이 쓰는 에세이의 서평과 댓글을 일일이 확인한다는 솔직함을 보여준다. 요가를 다니고 영어 과외를 하며 몸을 추스르고 두려움을 벗어난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보내는 독서의 효용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쫓기듯 오늘을 보내며 내일을 맞이하는 하루하루에서 잠깐 이탈한 기록에 공감을 보낸다. 행복을 정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야지 충고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멈춤의 순간에서 한 발 나아가기를 보여 주며 힘을 내보라고 속삭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