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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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역사를 어떻게 배웠느냐하면 노래 테이프로 시작했다. 그 테이프에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가 담겨 있었다. 1절부터 4절까지 따라 부르고 외웠다. 노래에는 태정태세문단세라는 구절이 있다. 이해력은 떨어지는 아이였는데 어찌 된 게 암기는 잘했다. 노래를 4절까지 외워 부르고 태정태세문단세 다음을 찾아서 외웠다. 후에 그것이 조선의 27명의 왕이라는 것을 알았다. 


  처음으로 산 책은 유관순. 학급 문고에서 위인전만 골라 읽었다. 이래서 중요하다. 어렸을 때의 교육이. 국사 시간이 되자 신이 났다. 그때는 교과서 종류가 하나였다. 흑백 교과서에 색깔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했다. 선생님은 필기를 좋아하시는 선생님이어서 괄호, 쉼표, 번호 같은 걸 일일이 불러주면서 공부 시켰다. 비변사, 대동법 같은 용어가 기억에 남았다. 


  진단 평가를 봤는데 철령 이북의 땅을 수복하고 원나라 말기에 개혁 정치를 한 왕을 쓰는 문제였다. 분명 작년에 배웠는데 기억이 안 났다. 철종이라고 간신히 썼다. 당연히 틀렸다. 답은 공민왕. 선생님은 애들이 쓴 답지를 가져와 해괴망측한 답을 불러주면서 웃었다. 어떤 아이는 그 답에 아수라 백작을 써서 다 같이 웃었다. 내가 쓴 답을 이야기하면서 철종은 한참 후에 나온다라고 웃으셨다. 


  국사를 좋아했는데 백 점을 맞지는 못했다. 한두 문제가 아니라 여러 문제를 어렵게 꼬아서 내셨다. 그래도 좋았다. 그때 당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인기였다. 책을 사서 밑줄을 치며 읽었다. 이번에 다산북스에서 나온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은 총 열 권으로 기획되었다. 그중에 태조 편인 1권과 정종·태종 편인 2권이 먼저 나왔다. 


  고려 말기 홍건적과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백성의 생활은 평탄치 못했다.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정몽주, 이색은 고려의 틀 안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온건 개혁파였다. 그에 반해 정도전, 조준은 왕의 성을 바꾸자는 목소리를 내는 급진 개혁파로 신흥 무인 세력으로 성장한 이성계와 손을 잡는다. 최영과 우왕은 명나라 정벌을 주장했다. 이성계는 4불가지론을 들어 정벌을 반대한다. 최영과 우왕은 완강했다. 이성계는 군대를 끌고 요동 정벌에 나섰다. 압록강을 건너기 전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렸다. 이것이 유명한 사건 위화도 회군이다. 왕명을 어기겠다는 것은 반역자의 길로 들어서겠다는 결심이었다. 


  급진파와 손을 잡고 신진사대부의 기반으로 나라를 세웠다. 조선이라 이름 짓고 이성계는 태조가 되었다. 불교의 폐단을 바로잡고자 숭유억불 정책을 펼쳤다. 유교를 근본이념으로 삼고 큰 나라 주변 정세를 살피는 교린과 사대주의를 함께 가져갔다. 태조가 왕위에 올라 정사를 펼친 건 6년 남짓이었다. 왕의 대를 잇기 위해 싸우는 자식들의 난을 지켜봐야 했던 쓸쓸한 말년이 남았다. 


그렇게 태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혁명적 토지 개혁을 단행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고려를 멸망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짊어질 수 있는 극도의 증오를 동시에 받으면서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는 저승에는 함께 이 왕국을 만들었으나 먼저 왕국을 떠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그랬듯 살아남은 사람들이 몫이었다.

(이덕일, 『조선왕조실록 1』中에서)


  이덕일의 『조선왕조실록 1』은 조선이 세워지기 이전부터의 시간부터 위화도 회군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된 개국의 시간을 다룬다. 충분한 사료와 간결한 문체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가 조선이라는 나라를 바로 볼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역사라는 깜깜한 길을 걸어가는 자들에게 밝히는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올 이 책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했다.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길은 역사를 아는 것으로 행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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