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문학동네 시인선 102
김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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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김언


서울에서 분노한 사람이 부산에 왔다.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곧바로 서울로 갔다. 더 많은 짐을 싸가지고 오기 위해서 그는 분노할 것이다. 왜 서울에서 본노하는가? 부산에서는 분노할 것이 없는가?그는 짐을 내려놓고 말했다. 분노가 쌓이면 또 싸가지고 갈 짐을 한가득 내려놓고 말했다. 여기도 사람이 많습니까? 충분히 많지요. 그러니까 떠났겠지요.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옆에 앉은 할머니는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한참을 저의 옆모습을 쳐다보고서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것.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요. 궁금함을 참지 못한 일일까요. 분주하고 시끄러운 그곳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린이날, 그곳에서 아이들은 울거나 뛰어 다녔습니다. 공짜로 받은 풍선을 들고 가다 터뜨리기도 하고요. 이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골목으로만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만 길을 찾아 다녔습니다. 대도시에서도 우리는 좁은 길을 감각으로 찾아냅니다. 서점을 돌아다니고 책과 노트를 사 모았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떠났지만 아직 그곳에는 착한 이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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