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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평점 :
그 사람과 헤어지고 잘 지내던 어느 순간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나온다. 잘 지내지 못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순간이 너와 행복했었다, 사실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갔을 뿐이다. 비가 오면 함께 손을 잡고 걷던 비 오는 거리가 화창한 날이면 공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이 그립다. 연애의 시작에서 끝까지 잘해주지 못한 기억이 남는다.
관계는 어렵다. 연인이든 동료든 친구든. 가족과도 잘 지내기 힘든 시기가 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수만 번 고민한다. 이런 주제는 불편하지 않을까. 상대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그럼에도 눈을 맞추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다. 어색하게 관계를 끝낸다 하더라도 먼저 용기를 내는 사람이 시작의 출발선 위에 설 수 있다.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는 일본 SNS에서 사랑과 이별에 관한 고민 상담으로 유명해진 디제이 아오이의 글을 담은 책이다. 2년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가 전화로 헤어지자는 일부터 불륜에 관한 고민 상담까지 현실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전화는 괜찮은 편이다, 어떤 이는 일방적으로 SNS나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바람을 피울 때 조심해야 할 열 가지 사항도 알려준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친구와는 단호하게 결별할 것을 조언한다.
1년 뒤 각자 성장해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는 상대에게는 다른 의미로 구속하겠다는 뜻이므로 단호하게 헤어지라고 말한다. 관계를 마무리 짓는 과정에서 인격이 잘 드러나는 법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보아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사랑이란 거리가 무너지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향한 갈망으로 거리 지키기를 할 수 없다. 적당히 선을 지키라는 조언을 듣기도 하지만 사랑이 끝난 뒤에야 한 걸음 물러날 수 있을 뿐이다.
징징댈 바엔 울어버리라고 조언하는 책. 연인과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관계의 시작을 이어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를 담은 책이다. 귀찮아, 졸려, 하기 싫어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지 않은지. 한밤중 자니라는 문자를 받고 마음이 어려워지지 않았는지. 얼굴 한 번 본적 없지만 삶의 의욕과 희망을 잃은 이들이 보내온 고민에 친절한 답을 해준 심야 디제이 같은 아오이 씨. 다정한 말투로 내 고민을 들어주고 때론 단호한 해결책을 말하는 『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