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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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독한 추위와 허기가 찾아온 부족민들에게 늙은 두 여자는 골칫거리였다. 두 여자는 성격적 결함이 있었다. 여기가 아프다, 저기가 쑤신다 불평을 해댔다. 늙은 것을 과시하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도 했다. 주민들은 그런 두 여자의 태도에 별다른 반감을 보이지 않았다. 늙은 두 여자는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 대신 가죽을 무두질해주는 일로 그들과 함께 살아갔다. 


  겨울이었고 짐승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두가 굶주리고 있었다. 족장은 회의를 통해 늙은 두 여자를 남겨 놓고 가기로 했다. 더 이상 그들을 보살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기근이 닥쳤을 때 나이는 사람들을 두고 이동하는 일이 더러 있었다. 사람들은 족장의 말을 듣고도 충격에 빠지지 않았다. 배고픔은 모두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박새라는 뜻의 칙 디야크와 별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는 그렇게 남겨졌다.


  칙 디야크에게는 딸과 손자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무리들에게서 버려질까 봐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딸은 남겨질 어머니를 위해 가죽끈을 손자는 손도끼를 주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두 늙은 여자의 생존이. 벨마 월리스가 쓰고 짐 그랜트가 그린 소설 『두 늙은 여자』는 알래스카 지방에서 유목을 하며 살아가는 그위친족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어머니로부터 들었다. 극지방에 서구 문화가 도입되기 오래전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내려와 상상이 더해져 한 편의 소설로 탄생된다. 


  늙고 병들어 부족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이유로 버려진 두 늙은 여자는 고난의 겨울을 맞이한다. 외로움과 공포에 떨고 있는 칙 디야크에게 사는 분명한 말로 친구를 위로한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 딸과 손자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칙 디야크는 사의 말을 따라 한다. "뭔가 해보고 죽자고." 모닥불을 피우고 마른 이끼를 불 위에 던진다. 사는 손도끼를 꺼내 나무다람쥐를 잡는다. 칙 디야크는 딸이 주고 간 가죽끈으로 덫을 만들어 토끼를 잡는다. 


  아프다고 늙었다고 사람들에게 불평불만을 끊이지 않고 말하던 그들이 달라진다. 두 여자가 늙음이라는 과시에 젖어들기 전에 사용한 수많은 지혜가 쏟아져 나온다. 모닥불을 꺼뜨리지 않으려고 먼저 일어나고 서로가 외로움에 지치지 않도록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눈다. 그들 앞에 놓인 긴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웃고 눈신발을 만든다. 


  짐이 되고 쓸모없다고 생각해 버리고 간 두 늙은 여자는 젊은 시절과 함께 했던 생존 기술을 하나씩 찾아낸다. 이곳에 머무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예전에 장소를 찾아간다. 지금까지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면 이제부터 그들은 스스로 길을 나선다. 


"우리는 씩씩하게 그들과 맞서야 해. 친구,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에 각오를 하자." 그녀는 한순간 말을 끊었다가 덧붙였다. "죽음까지도 말이야."


  알래스카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서든 살아가기는 버겁고 힘겨운 일이다. 우리는 『두 늙은 여자』의 생존기를 읽으며 시공간을 초월한 삶의 고단함을 체험한다. 그곳과 이곳이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것이다. 하루를 살아야 할 식량을 얻기 위해 눈바람을 헤치고 걸어야 한다. 혹시 모를 사람들의 해코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흔적을 없애야 한다. 상대가 고독과 외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존중의 마음을 갖는다. 


  나이가 드는 건 삶의 지혜를 얻는 것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경험과 지식이 쌓여 그들의 주름을 만들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손가락에 굳은살로 옮겨간 것이라고. 늙었다는 이유로 고독과 외로움의 사각지대로 내모는 우리 사회에서 『두 늙은 여자』는 꼭 필요한 책이다. 칙 디야크와 사가 들려주는 생존의 이야기, 『두 늙은 여자』는 먼 알래스카에서 날아온 오랜 전설이면서 오늘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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