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4
전성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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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4월 27일, 길이 열린다. 길을 열어 우리가 걷는다. 걸어서 만난다. 비행기를 타지도 않는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 만난다. 손을 잡고 부둥켜안는다. 봄이 온다고 말하자 가을이 왔다고 화답했다. 노래와 춤이,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자리에 머물렀다. 손뼉을 치고 웃음을 터뜨렸다. 사랑은 그렇게 시작한다. 수줍어하며 말을 건네고 인사를 나눈다. 손을 잡아 온기를 느낀다. 


  전성희의 소설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는 통일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통일이 된지 10년 후의 한국은 아직 혼란스럽다. 혼란스럽지만 질서를 잡아가고 있다. 개성과 서울 중간쯤에 만들어진 통일시는 통일에 관한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복합 기능 도시이다. 소설은 그곳에 세워진 고등학교,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회장 선거를 통해 차이와 다름, 화합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전교 회장을 뽑는 공고가 붙고 남쪽 아이들과 북쪽 아이들이 나뉜다. 흡수 통일을 한 탓에 문화와 경제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이 만난 교실은 묘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언어와 생활방식이 다른 탓에 거리감을 느끼며 학교 안에서도 남쪽, 북쪽으로 갈려 있다. 


  남쪽에서는 공부 잘하고 얼굴도 잘생긴 서재원, 인기 많고 성격 좋은 남보배, 성적이 좋지 않지만 활발하고 긍정적인 남대성이 후보 등록을 했다. 이렇게 나오자 북쪽에서는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뽑는 회장 선거에 남쪽 아이들만 후보가 되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 후보를 내려고 한다. 전교생은 105명 그중에서 북쪽 아이들이 56명이다. 고향은 북쪽이지만 남한 국적을 갖고 있는 강철민은 북쪽에서도 후보를 내야 한다며 공부 잘하는 박영민에게 출마를 부추긴다. 


  선거는 남과 북, 북과 남으로 갈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선거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서재원은 남쪽 후보를 불러 단일화를 제안한다. 자신들은 세 명. 북쪽은 한 명. 표가 갈릴 것을 우려해서다. 남보배와 남대성은 쉽게 단일화를 수락하지 않는다. 며칠 동안 문자 공세를 한 탓에 남대성은 출마 포기를 한다. 남은 사람은 자신과 남보배. 아이들을 모아 후보 단일화 투표를 한다. 서재원은 이 학교를 대표하는 사람이 남자인 게 좋다는 발언을 한다. 남보배는 남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남보배는 자신이 회장이 되면 남쪽 아이 하나와 북쪽 아이 하나가 짝꿍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한다. 결과는 서재원이 후보가 된다. 


  북쪽 아이들은 강철민을 중심으로 박영민을 후보로 등록한다. 선거가 있기 전 상대를 견제하는 방법으로 축구와 중간 연설을 하면서 전교 회장 선거의 열기는 달아오른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 불리한 작전을 펼친다. 박영민의 할아버지가 당 지도부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서재원은 연설 중간에 박영민을 공격한다. 당황하지 않고 박영민은 평등에 대한 소신을 밝히며 연설을 마무리한다. 북쪽 후보는 박영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성도 제 목소리를 내고 아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리고 싶은 리수연도 후보 등록을 했다. 리수연은 북조선이 사라져도 북조선 사람들은 살아갈 것이라는 진심과 마음을 담은 연설을 한다. 


  통일된 후의 통일한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대립을 학교라는 배경으로 끌고 온 소설은 한국 사회가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의 교훈은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자!'이다. 체제가 다른 상태에서 흡수 통일이 된 미래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정하여 다름을 인정하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를 보여준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행하던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이 있다는 걸 깨닫고 고쳐 나가는 점은 어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통일한국의 리더는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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