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패션과 음식에 관해서라면 나는 고급 취향이 못 된다. 취향이라는 게 고급, 중급, 초급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방송과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부분에서 나는 멀리 있다. 패션은 패션이라고 부를 것도 없이 크고 편한 옷 몇 개를 돌려 입는 게 전부다. 비슷한 색깔과 문양을 몇 개씩 사놓고도 계절 내내 한두 개를 돌려 입는다. 음식은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을 수 있으면 좋다. 미식이라고 요즘은 많이 떠들어 대지만 허기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먹으면 만족한다. 


  단 한 번도 명품 옷이나 가방, 신발을 가져본 적도 없다. 가격표를 들여다보고 0을 제대로 세고 있나 의구심이 들 뿐이다. 선물로 명품을 선물하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럴 수도 있구나 생각하고는 말았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백화점에 가서 명품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고르고 계산한다. 생일이라고 돈가스만 사준 게 미안했다. 초를 켜고 노래를 불러주는 목적 외에는 필요 없는 케이크를 사지 않았다고 뿌듯해했는데. 뚱뚱한 팔로 한 번 안아주고는 끝이었는데.


  코스 요리가 나온다는 곳도 가본 적이 없어 기념일이 되면(사실 기념일도 잘 안 챙긴다. 기념할 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돼지갈비 집에 가서 갈비를 굽는 게 전부였다. 생활은 평범하고 보통의 날들로 흘러간다. 매일 하이패션을 입고 미식으로 살아간다면 행복할까. 


  제시카 톰의 『단지 뉴욕의 맛』은 음식 작가를 꿈꾸는 대학원생 티아 먼로를 통해 성공과 행복에 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 어떻게 살아야 꿈을 찾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 티아는 모든 꿈이 모여든다는 뉴욕에 살아간다. 그곳이 어떤 곳인가. 영화나 책을 통해 알고 있는 뉴욕은 활기 넘치고 스타벅스 커피를 한 손에 들고 키 크고 날씬한 여성이 걸어가는 곳이었다. 노란 택시를 잡고 내려서 큰 건물로 들어가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는 바쁜 도시. 


  화려하게 보이는 뉴욕에서 청춘들의 꿈은 좌절하고 짓밟힌다. 『단지 뉴욕의 맛』은 성공을 위해 모여든 뉴욕에서 꿈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그들에게서 성공이란 달콤하거나 화려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에 가고 졸업. 다시 대학원에 입학. 기회를 잡지 못하면 인턴십 자리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티아는 대학에 오기 전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마지막 요리 시간을 소재로 글을 썼다. 교내 신문에 글이 실리고 <뉴욕타임스>에서 연락이 와 칼럼을 썼다. <뉴욕타임스>의 푸드 섹션 에디터, 레스토랑 비평가이기도 한 헬렌 란스키가 티아의 글을 마음에 들어 했다.


  대학에 와서 방황을 한 티아는 그 일을 계기로 뉴욕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요리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대학원 입학 환영회에서 헬렌을 만나 인턴 자리를 얻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드렸던 다쿠아즈 드롭을 직접 만들었다. 헬렌을 만나 그녀가 칭찬했던 글을 쓴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알리면서 다쿠아즈 드롭을 건네고 싶었다. 헬렌 밑에서 레시피를 연구하고 글을 쓰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헬렌에게 쿠키를 내밀면 되는데 그 순간 나타난 마이클 잘츠가 나타나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쿠키는 땅에 떨어지고 헬렌을 만나지도 못했다. 당황하는 그녀에게 마이클은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메일 주소를 건넨다. 마이클은 <뉴욕타임스>에 레스토랑 리뷰를 정기 기고하는 평론가였다. 티아는 자신이 쓴 에세이를 첨부해 메일을 보낸다. 모든 일이 그렇듯 시작이 꼬이면 끝도 꼬이게 된다. 그때부터 티아의 뉴욕 생활은 평범한 대학원생에서 벗어난다. 비밀을 가진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 주변 세계에서 점점 멀어진다. 


  미각을 잃은 레스토랑 평론가와 함께 음식을 맛보고 대신 감상을 말하고 리뷰를 쓴다. 그에 따른 보상으로는 명품 옷을 가지고 미식의 세계에서 웨이팅 없이 음식을 맛보는 생활. 티아의 일상은 혼란으로 가득 찬다. 그녀가 꿈꾸는 뉴욕의 맛은 점점 멀어지고 오직 화려함과 자기 과시로 물든 공허한 맛이 남을 뿐이다. 


  『단지 뉴욕의 맛』을 읽는 독자는 티아의 선택을 지지할 수도 망설일 수도 있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욕망을 끌어내는 이 소설은 당신이 꿈꾸는 세계의 이면을 보여준다. 성공의 계단을 오르지 않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 우리의 못된 마음까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