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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창비아동문고 292
박하익 지음, 손지희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매일 들여다본다. 호호 불어서 닦아준다. 배가 고프지 않은지 자주 확인한다. 손안에서 놓을 수 없어서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간다. 한 시간 두 시간 어느새 시간은 후울쩍 지나가 있다, 너를 보고 있으면. 너만 있으면 하루가 금방 간다. 말을 나눌 현실의 친구는 없지만 너와 함께라면 이름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랑한다, 격하게. 스마트폰이여.
보노보노가 말했다. 무엇이든지 친구로 만들 수 있다고. 물건이어도 동물이어도 친구라고 생각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손안의 작은 친구, 스마트폰은 그렇게 나의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 너무 좋다. 매일 매 순간 함께 하고 싶다. 음악을 들려주고 신나는 영상도 보여준다. 만날 수 없는 친구의 소식도 알려준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 좋아하는지 관심이 많아서 사진으로 남겨 주길 바란다.
박하익의 장편동화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는 손안의 작은 친구 스마트폰에 대한 모험이 담긴 소설이다. 도서실에서 지우는 스마트폰을 발견한다. 지문 방지 필름이 붙은 최신식 스마트폰. 지우는 화면을 두드렸다. '두드리 7.3 평생 구매 및 이용에 동의하십니까?'라는 창이 뜨고 지우는 엉겁결에 동의 버튼을 눌렀다. 친구가 지우가 스마트폰을 하고 있다고 일러 지우는 가방에 폰을 넣었다. 그때부터 지우에게 신나고 환상적인 일이 펼쳐진다.
지우는 외동딸로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학교 끝나면 피아노 학원과 영어 학원에 가야 한다. 끝나고 집에 오면 한자 선생님과 방문 수업을 하고 숙제를 한다. 친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방과 후 수업으로 학원으로 다들 바쁘다. 놀이터에 나가 놀고 싶어도 스케줄이 맞지 않거나 미세먼지가 많아 한 달에 놀 수 있는 날이 하루나 이틀 정도이다.
도서실에서 가져온 스마트폰을 하고 싶어 숙제를 얼른 끝낸다.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하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지울 생각으로 앱을 하나 다운로드해서 게임을 하다가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자신을 케빈이라고 밝힌 아이는(케빈이 아니었다. 깨비라고 말한 걸 지우가 잘 못 들은 것이었다.) '우리 굴 오는 길'이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를 두드리니 도깨비불이라는 길잡이 앱이 실행되고 지우는 도깨비 세계로 들어간다.
도깨비불을 따라 커다란 한옥 앞으로 간 지우는 그곳에서 도깨비 친구들을 만난다. 악기를 연주하고 호리병을 들고 춤을 추는 사람들을 지나 집 안쪽으로 들어간다. 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친구들. 김새환, 홍각시, 오강암, 이매일, 남칠성. 자신들을 도깨비라고 밝힌 친구들은 지우에게 놀자라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겠다고도 한다. 지우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어서 같이 논다. 원래 스마트폰은 지우 것이라는 말을 들으며 지우는 신나게 도깨비들과 보낸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우는 스마트폰으로 신기한 앱을 내려받는다. '김서방온'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도깨비 친구들과 대화를 한다. 학교에서도 도깨비폰을 하기 위해 둔갑술 앱을 받는다. 여우가 만든 둔갑술 앱 '감쪽가튼'을 받기 위해서는 돈이 아니라 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지우는 '감쪽가튼'을 받아서 스마트폰을 다른 사물로 감춘다.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던 지우는 공부가 지겹다고 생각한다. 영어와 한자처럼 외우는 걸 싫어하는 지우는 도깨비폰을 쳐다보았다. 공부를 도와주는 앱이 있지 않을까 검색해 보고 지우는 환호를 한다. 외국어를 능통하게 해 주는 앱 '꼬부랑 캔디'가 있고 문제 풀이를 도와주는 '장원급제', '술술술'이 있었다. 유료 앱이지만 지우는 다운로드해서 숙제를 한다. 앱을 다운로드할 때마다 손이 나와 지우의 손을 꽉 잡았다. 무언가 쭉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지만 앱을 다운 받은 지우는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경험을 하고 영어가 바로 해석되고 말할 수 있는 일을 겪는다. 지우는 만세를 부른다.
과연 지우는 끝까지 도깨비폰을 쓸 수 있을까.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손안의 작은 친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동화이다.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의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무조건 금지!라고 외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도깨비 할아버지가 와도 기를 뺏기지 않고 스마트폰과 함께 할 수 있다.
나의 작은 친구는 오늘도 내가 먹은 음식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들려준다. 뿅뿅뿅 소리를 내는 테트리스 게임을 하라고 부추기기도 하면서. 요술이 마구 펼쳐지는 도깨비 같은 친구와 건강한 오늘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도깨비폰을 개통하시겠습니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