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똥 쪼물이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우수상 수상작 신나는 책읽기 51
조규영 지음, 안경미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숙제 공책에는 빨간 색연필로 그린 동그라미 세 개가 있었다. 글씨를 못 쓰거나 문제를 많이 틀렸을 때는 동그라미 하나만 그려져 있었다. 동그라미 세 개를 받는 날에는 집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 하나만 받았을 때는 가방이 무거웠다.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공책 한 권을 다 쓰면 동그라미 수를 세기도 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시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했다. 참 잘했어요 도장보다는 확인의 의미인 검이 더 많이 찍혔다. 웃는 얼굴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어 일기를 길게 쓰기도 했다. 구구단을 못 외워서 점수가 낮게 나왔을 때 찍힌 열심히 하세요 도장이 기억에 남는다. 운동회 날 달리기를 하면 손등에 찍어주는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었다. 늘 꼴찌를 도맡아 했기 때문에 1등 한 아이의 손에 찍힌 도장을 부러운 듯 바라보기만 했다.


  시험공부를 할 때는 공책 한 권을 사서 거기에 암기 내용을 적었다. 암기만이 살 길이라는 목표로 공책을 채워갔다. 한 권을 다 쓰면 시험날이 다가왔다. 문제집을 풀 때 나오던 지우개 가루. 맞춘 것보다 틀린 게 많아서 지우개질을 많이 해야 했다. 지우고 또 지웠다. 지우개 가루가 많이 나와 가루를 뭉쳐봤다. 회색의 지우개 똥. 뭉쳐서 공 모양을 만들어 조물락 거렸다. 한 손은 문제를 풀고 다른 한 손을 지우개 똥을 만졌다. 그걸 만지면서 시험공부를 했더니 시험을 잘 봤다. 


  징크스. 야구 선수도 아닌데 징크스를 만들었다. 지우개 똥을 조물락 거리며 공부를 하면 시험을 잘 본다! 시험 기간 내내 더러운 지우개 가루를 뭉치고 공을 만든 이유였다. 그다음 시험 점수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지우개 똥 쪼물이』는 교실 어드벤처 액션 동화이다. 2학년 3반에서 벌어지는 지우개 똥 친구들이 아이들을 위해 울보 도장을 물리치는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 교실 풍경이 저절로 떠오른다. 받아쓰기 시험을 하고 구구단을 외우고 글씨 쓰기 연습을 하는 그리운 풍경. 사물함에 넣어 놓은 빵과 과자가 먹고 싶어 쉬는 시간을 기다렸다. 『지우개 똥 쪼물이』는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짝꿍과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을 불러온다.


  2학년 3반 담임 선생님 별명은 깐깐 선생님. 엉성한 걸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 받아쓰기 시험을 볼 때도 띄어쓰기 하나만 틀려도 틀렸다고 표시한다. 깐깐 선생님은 아이들의 공책에 울보 도장을 쾅쾅 찍는다. 세 개 이상 틀린 유진이의 공책에 '찡그린 채 두 뺨에 눈물을 세 방울씩 매달고 있는' 울보 도장이 찍힌다. 엄마가 받아오라는 모범상 대신 울보상을 받을 것 같아 아이들은 슬프다. 


  유진이는 지우개 가루를 뭉쳐 지우개 똥을 만든다. 지우개 똥 얼굴에 사인펜으로 눈을 그리고 입을 그렸다. 숨을 불어서 지우개 똥에게 바람을 넣어주자 지우개 똥이 살아났다. 유진이는 자신이 만든 지우개 똥에게 '쪼물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아이들에게 자랑하자 너도나도 지우개 가루를 뭉쳐서 지우개 똥을 만들었다. 이마가 툭 튀어나온 지우개 똥에게는 '짱구'라는 이름을. 딸꾹질을 하며 만든 지우개 똥에게는 '딸꾹이'. 삐쩍 말라 헐랭해 보이는 똥에게는 '헐랭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지우개 똥들에게 아이들은 숨을 불어 넣어 주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나오는 지우개 가루를 먹으며 교실 탐방을 한다. 가방과 학급 문고, 아이들 서랍 속에도 들어가 본다. 유진이가 울보 도장을 받고 울자 지우개 똥 친구들은 울보 도장을 교실에서 쫓아내기로 한다. 아이들을 슬프게 만드는 울보 도장을 몰아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똥 친구들에게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울보 도장은 순순히 교실에서 물러날 것인가. 


   바라던 일들이 이루어질 때 누군가 나를 위해 숨어서 해결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해주는 동화 『지우개 똥 쪼물이』. 울보 도장 대신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아 칭찬을 듣는 날이 온 건 지우개 똥 친구들이 모험을 펼쳤기 때문이다. 넌 최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 공책에 찍힌 칭찬과 응원을 말을 읽으며 아이들은 자란다. 울보 도장이 없어도 아이들은 글씨를 잘 쓸 수 있고 받아쓰기 시험에서 백 점을 맞을 수 있다. 시험을 잘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지우개 가루가 많이 나올 정도로 문제를 많이 풀었기 때문이었다. 지우개 똥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만들 수 있었다. 


  쪼물이, 짱구, 딸꾹이, 헐랭이. 친구들아, 2학년 3반 아이들과 늘 함께 지내줘, 아이들을 지켜주고 칭찬해줘. 좋아하는 국어 문제 많이 풀어서 지우개 가루 잔뜩 남겨줄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