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똥 참기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국시꼬랭이 동네 13
이춘희 지음, 심은숙 그림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똥’ 이야기치고 재미없는 것은 없다. 그것이 그림책이라면 더더욱.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강아지 똥>, <똥떡>. 하나같이 재미와 교훈과 인생철학까지 안겨주는 고전들이 아닌가하는데, 그 목록에 국시꼬랭이동네의 열 세 번 째 이야기 <밤똥참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국시꼬랭이동네의 책들이 다들 그렇듯 <밤똥참기>도, 우리의 ‘옛 아이들’이 까까머리로 등장해, 누추하지만 화기애애한 초가지붕 아래서 복작복작 대며 살갑게 부대끼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준다. 시리즈의 전권을 집필한 이춘희 씨의 입담과 똘망진 짱구머리에 볼이 빨갛게 부르튼 개구쟁이들이 인상적인 심은숙 씨의 삽화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탁 터놓고 재미난다.


  늦은 겨울밤, 길남이, 길수 형제는 무를 깎아 맛나게 먹어치웠는데, 한밤중에 길남이는 똥이 마려워 깨어난다. 당연히 으슥하고 찬바람 쌩쌩 부는 뒷간까지 혼자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남이가 뒷간에 같이 가자고 아무리 보채도, 형 길수는 자는 척만 하다, 똥 참는 필살기를 가르쳐주기로 한다. 웬걸... 지독한 독 방귀만 거푸 나온다. 위태롭게 촛불을 켜고,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뒷간으로 가는 형제는 자못 비장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림책 가득 길남이의 투실한 엉덩이 사이에서 뚝 떨어져 나오는 똥 그림은 지나치게 실감나는 감도 없지 않아, 이 책의 띠지에 [식사 전후에는 읽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을 삽입해야 한다고 잠시 생각했다. 무사히 밤똥누기를 끝마치나 했더니만, 촛불이 훅 꺼지고 나서 형제의 괴성에 엄마가 한달음에 달려온다. 부스스하고 되는대로 옷을 걸치고 나온 엄마는 “또 밤똥 눴니?”하더니, 밤똥을 싹 없앨 수 있는 비기를 전수하기 시작한다. 푸훗...


  불 꺼진 거실이 무서워 화장실가기 두려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진다. 맨발에 촛불을 들고, 눈보라를 헤치고 왔다갔다해야하는 뒷간에 얽힌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또 밤똥이냐?”라며 타박하면서도 결국은 동생을 따라 나서는, 뒷간의 무서움을 익히 아는 길수나, “또 밤똥 눴니?”라며 아이들의 밤마실이 걱정스러운 엄마나, 왜 이리 정겹고 애틋한지. 하하 웃는 가운데서도 길남이네 화목한 지붕 맡이 소복한 눈으로 쌓여가는 것에 가슴이 뜨뜻해져온다.


  똥, 방귀, 화장실, 뒷간 귀신... 원색적이면서도 솔직담백하다. 재미를 꾸밀 필요도 없고, 교훈을 담아내려고 강박증을 가질 필요도 없다. ‘옛 아이들’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에 담긴 웃음과 잔잔하면서도 폭풍 같은 일상이 시공을 넘어서까지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읽다가 여러 차례 코를 쥐고 싶을 만큼 강력한 후각 이미지들 탓에 한참을 숨을 참으며 읽게 되는 책, <밤똥참기>에는 구릿하지만 훈훈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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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을 보면, 주인공 클라라의 언니는 천상의 미모를 타고난 소녀다. 청동 빛이 감도는 초록색  머리에 모든 사람을 한 눈에 반하게 만드는 이 절세미녀는 결혼을 얼마 앞두고 요절하고 만다. 시신을 다루던 장의업자 청년은 사랑에 빠져-

이 부분은 명백한 시간(屍姦)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일부인가 하고 그냥 넘겨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죽음과 에로스의 상관관계는 금세기의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중세의 전래동화에도 나타나 있는데, 『백설 공주』에서 유리관에 안치된 백설 공주의 시신을 성으로 가져가는 왕자의 모습은 시신에 사랑을 느끼는, ‘네크로필리아’를 보여준다고 한다. 대체 누가 전래동화에 불순하고 선정적인 메스를 들이대며, 어린 날의 환상을 조각조각 부셔 버리는가.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로 선풍적인 잔혹동화물의 도래를 가져왔던 기류 미사오가, 이번에는 죽음과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에로스에 대해 섬뜩하고 핏빛이 낭자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고 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는 표지에 피어있는 검은 벨벳처럼 고혹적인 장미처럼, 선명한 이미지의 차용과 극대화된 관음증적 시각을 바탕으로, 널리 알려졌거나, 은밀히 묻혀있던 죽음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윤리와 상식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었던 죽음의 실체에 맞서오고, 기꺼이 맞아들이고, 때로는 전설을 창조해낸 이야기들은, 저자의 거침없어 더 환영받는 필력 위에서 더 선명하게 피어난다. 위선이 배제되어 불편하리만치 직설적이며, 극도로 화려한 스캔들의 보고를 들여다보는 것을 당당히 허가받는 것은, 은밀한 충족감을 주기도 하는 법이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예를 통해 죽음은 불멸을 얻는 하나의 방편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우를 통해 본 죽음에 다다르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만 겪는 완벽한 절정,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남기고 간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 죽는 순간까지 천국 앞의 서열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가진 자들의 집착, 죽음마저 명예롭게 설계하는 자살자들, 잔 다르크에서 다이애나 비까지, 위인과 명사들의 죽음에서 볼 수 있는 파란만장한 편력들. 인간은 죽음이라는 결정지어진 굴레 안에서 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치열하게 생을 끌어안는다.


  기류 미사오의 전작들에는 죽음과 광기에 관한 집념들이 미학으로까지 승화되어 나타나곤 한다. 일본인 하면 떠오르는 ‘제대로 죽기’에 대한 집착이 제대로 형상화되어, 고딕풍의 우아한 파멸에 천착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대체 어떤 것을 테마로 삼아, 인간의 숨겨져 있어 더욱 매혹적인 음습한 욕망을 이야기할까 기대가 된다. 죽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인간은 햇살이 비치는 동안 장미 꽃잎을 모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악하리만치 탐미적인 삽화와 함께 한 죽음들을 목도하면서, 책을 덮고 나서 나를 붙들어두는 것은, 검은 벨벳 장미가 아닌 불굴의 생의 의지의 구현 같은 여린 장미 가시였다. 죽음과 삶은 대착점이 아닌 심장을 공유하는 정신적 쌍둥이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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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의 아나키즘
노암 촘스키 지음, 이정아 옮김 / 해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대학 초년생이었을 때 필수과목으로 들어야했던 음성학 시간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썩 내키지 않는다. 웅얼웅얼하는 목소리로 원서에 얼굴을 파묻으시고 줄줄 해석을 해나가시는 교수님은, 학생들이 강의를 이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시는 것으로 보였다. “설마 여기 촘스키도 모르면서 앉아있는 사람 있어?”라는 은연중의 메시지가 온통 기를 꺾어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게 촘스키는 감히 도전해볼 수도 없는 아이거 북벽처럼 냉혹하며 처절한 이미지로 아로새겨 있다.


  지성인들이 선택한 금세기의 지성인. 이제는 원서든 한국어저작이든 의무적으로 읽지 않아도 되는 촘스키지만, 여전히 그가 드리우는 영향력에서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단언할 수가 없다. 칼럼을 읽고, 기획기사를 읽고, 인용문을 읽고, 인문서를 읽고, 신간 안내서를 읽을 때마다 거기 그가 있다. 너무나 많은 곳에 스며들어 있고, 자신을 과신할 필요가 전혀 없는 살아있는 전설의 구현으로, 외면하려고 애써봤지만 여전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만을 깨닫는다.


『촘스키의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에 대한 그의 인터뷰와 서문, 강연들에서 발췌한 부분부분을 실고 있는 책이다. 무정부주의? 무정부상태의 극한의 혼돈이 떠오르기도 하고,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사이의 완충적인 중립지대가 아닐까하는 두루 뭉실하기만 할 뿐인, 결국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다는 것만을 확인한 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무정부주의자들은 모두 사회주의자이지만,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무정부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정부주의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질서유지를 빙자해서 자행되는 그 모든 체제를 반대한다. 국가적 자본주의, 레닌식 사회주의, 선전주의식 미국 민주주의,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났던 민중억압의 그 모든 사례들. 광범위한 포용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까다로운 기준으로 자발적인 민중혁명을 옹호하고 있다.


  촘스키를 비롯해 무정부주의자들이 이야기하는 가장 훌륭한 무정부주의 혁명모델은 ‘스페인 내전’이다.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로버트가 왜 전쟁에 참여했는지 잊고 있었나보다. 키스할 때 코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까까머리 마리아만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유럽과 미국의 지성인들이 앞 다투어 찬양하곤 하는 스페인에서의 그 전쟁을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생각해보게 된다. 또 이스라엘의 ‘키부츠’야말로 가장 건설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무정부주의 체제의 구현이라고 말한다. 민중을 세뇌하지도 않으면서 자발적인 혁명을 도모하게 한다는 것이 행동강령인 셈이다.


  세계 질서의 미국식 개편과정에서 까발려진 중남미에서의 만행들은 여지없이 고발되고 있다. 민중정부를 전복시키고, 미국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의 자유 말고는 감히 무엇도 가져서는 안 되는 오욕의 피로 얼룩진 역사적 사실들은 내가 속한 이데올로기 영역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진작 불러일으켰지만,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봉인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이즘을 갖지 못한 자의 자각은 금새 증발되어버렸다. 무책임과 의도적인 무의식은 무정부주의의 영역이 결코 아니라는 구분 정도 말고는.


  『촘스키의 아나키즘』는 그의 저작 가운데 유난히 난해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전작들을 명성과 전설 속의 뜬구름으로만 훑어왔기 때문에 반쯤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루소, 훔볼트, 밀, 프루동, 레닌, 로커, 흄, 게렝, 바쿠닌...... 그리고 촘스키. 이데올로기 투쟁의 마지막 대안이 아닌 여전히 과도적이며 유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대의 커다란 사조를 차분히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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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블로그 - 익명의 변호사
제레미 블래치먼 지음, 황문주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부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이었기에, 유쾌함과 신랄함 이상을 기대하진 않았다. 법정 스릴러나 미스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꽉 짜인 플롯과 반전의 묘미를 얻으려 했다면 선택부터가 잘못이었을 것이다. 철저하게 목적성에 맞는 글을 읽게 되리라 여겼기 때문에, 이 씁쓸한 기운은 예상 밖의 결론을 안겼다. 가볍게 읽기를 지향하며 창조된 글임은 분명해도 여운은, 터지지 않는 실소 안에서 부유하며 분출될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칙릿이 대세를 이루었던 2006년에 이어, 올해의 트렌드는 [Blook(블로그와 출판물의 결합)]이 계보를 잇고 있다. 대형 커뮤니티 안의 블로그들마다 화제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기블로거들이 있기 마련이다. 인기검색어나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폭발적인 반응이 곧 공식적인 데뷔(?)로 이어지기도 하고, 유명세에 아랑곳없이 묵묵히 거대한 방문자를 거느리면서도 자기색을 잃지 않는 드문 케이스도 볼 수 있다. 『익명의 변호사』는 오프라인의 실험적인 시도가 주류매체들에게까지 회자되면서 인기블로그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그리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는 관행에 안착한 듯하다.


  하버드로스쿨 출신의 저자는 실제 로펌에서의 인턴근무를 바탕으로 ‘익명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자신이 거대로펌의 인사 담당파트너라는 가정으로 출발한 실험적 글쓰기는 온, 오프라인에서 선풍적인 화제를 모았다. ‘익명의 변호사’는 우리가 늘 보아왔던 존 그리샴 류의 법정스릴러와는 차별적인 노선을 걷는다. 인사이더 사건처럼 ‘비밀’스럽기는 하지만, 법조비리의 폭로가 아니라 부당하고 뒤틀려있는 로펌 내의 인간 군상들의 암투가 과장되어있기는 하지만, 묘하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지만은 않다.  


  인사담당 파트너 쯤 되다보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사장뿐인데, ‘익명의 변호사’에게는 ‘머저리’라는 만만치 않은 적수가 있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익명의 이메일계정을 만들고, 18년간의 성공지향적인 로펌생활에서의 유일한 배출구로 블로그를 시작한다. 적당한 닉네임과 사건들, 슬쩍 바꿔놓은 지명과 결과들로 위장했어도 날로 늘어만 가는 방문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아는 사람, 자기네 로펌이라고 착각을 한다. 아니, 그만큼 비인간적이고 상식과 동떨어진 관행들이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폭로의 장이 된다.


  로펌이란 철저하게 고객의 돈을 합법적으로 강탈해내는 영리단체이다(라고 익명의 변호사가 말한다). 사회적인 기여와 봉사,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구현을 위해 변호사가 된다는 신참내기들을 회유하는 방법은, 회사차원에서 준비하는 몇몇의 청사진이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익명의 변호사가 말한다). 감히 휴가를 가거나 회사의 사무용품을 낭비하고, 등급에 맞지 않는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역시 말한다). 변호사는 로펌이 마지막까지 써먹는 부속품이다(라고도). 모든 것이 날조이면서, 그렇게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는 현실의 반영이라는 것에 오싹해져온다.


  익명의 블로그가 더는 익명적이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에 우리 ‘방문자’들은 동정을 느낄 수도 없고, 마냥 분개해버릴 수도 없다. 덜 도덕적이고, 더 지체하지 않고, 늘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자가 높은 층의 전망 좋은 사무실을 가질 수 있으며, 쇼핑중독 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부정할 수 없으니. 훔친 사탕과 슬쩍 들고 가버린 스테이플러에서 시작된 투덜거림은 치졸하면서도 귀여운 듯싶었으나, 성공지향의 변호사무리들이 우글거리는 로펌이라 불리는 리얼리티 쇼의 세트는 태생적으로 배배 꼬여있는 탓에 끝 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가볍게 읽고, 유쾌한 여운을 얻고 싶었다면, 워낙 비틀린 곳에 발을 디딘 방문자의 즐겨찾기야 말로 문제가 있다. 냉소와 음모의 끝에 인간성의 회복이 잠자고 있다고 믿었다면, 다른 블로그를 탐색해야 맞을 것이다. 익명이란 쿨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 독이 되어 나를 옭아맬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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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안나 카레니나 (상) / 레프 톨스토이 / 범우사
035   안나 카레니나 (하) / 레프 톨스토이 / 범우사
         ( 다섯 번째 완독, 읽을수록 갈증에 사로잡히는 책.
         비비안 리의 안나는 신경질적이고, 소피 마르소의 안나는 육체미가 넘치고,
         톨스토이의 안나는 위선의 결핍이며, 문차일드의 안나는 인간적이기에 파멸한다. 
 
036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 토마스 만 / 열린책들
        (민음사의 토마스 만 단편집에 없는 세 편의 단편이 실려있기에...
        그렇지만 다시 읽어도 맘이 끌리는 것은 '토니오 크뢰거'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037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 달궁
        (이윤기 씨는 [해설판 셰익스피어 읽기]를 출간했어야한다.
        기획의도와 편집구성이 한참은 핀트가 어긋나있는 책)
 
038   농부의 밥상 / 안혜령 / 소나무
        (솔직히 말해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봄나물이며,
        젖갈, 밑반찬의 9할은 전혀 먹지 못하는 음식들이다.
        농부의 소박한 삶에 비해 지나치게 멋이 들어간 문체가 거슬렸다)
 
039   미실 / 김별아 / 문이당
        (2년 전에 읽지 않아서 다행이다.
        미실을 희미한게 만드는 평범하고 조악한 결말에 대실망)
 
040   슬롯 / 신경진 / 문이당
        (차갑고 냉정을 잃지 않는 주인공과 작가의 시선이 쿨하기보다는
        살풍경하고 짜임새가 부족해 카지노를 부유한다.)
 
042   오만과 편견 그 후 이야기 / 린다 버돌 / 루비박스
        (잊자... 유일한 위안은 도서관책이라는 것)
 
043   용의자 X의 헌신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히가시노 게이고에게서 벗어나버려고 발버둥치다가 또 붙들린다.
        덮고나서 마음껏 소리라도 지르며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으나
        삼켜버리고 평정을 유지하는 척 하느라 무리하게 되었다.)
 
044   더블 해피니스 / 스기야마 후미노 / 예문
        (왜 그들은 사회의 주류에서 당당하면 안되는 것일까?
        성정체성장애인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건설적이며 햇살가득한 에세이)
 
045   립스틱정글 1 / 캔디스 부쉬넬 / 폴라북스
         (브룩 쉴즈가 '니코'라니... 과연 드라마를 몰입해서 볼 수 있을까?
  
046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 갈라파고스
        (전혀 생소한 사실들은 아니지만, 애써 피해왔던 진실들을 직시하게 도와준다.)
 
047   천상의 바이올린 / 진창현 / 에이지21
        (그의 진정성 넘치는 인생을 담아내기에는
        대필작가의 역량이 너무 모자란 것은 아니었을까?
        번역의 상당부분이 거슬려 자연스럽게 읽어내리기 어려웠다.)
 
048   딱 반걸음만 앞서가라 / 이강우 / 살림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성공한 광고인의 여유와 낭만, 그렇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
 
049   선비답게 산다는 것 / 안대회 / 푸른역사
        (조선의 한학이 이렇게 운치있고 고아한지 미쳐 몰랐다.
        선비를 다룬 책 가운데 입문서로 추천할만 하고,
        소개되어있는 작품들을 찾아읽고 싶게 만든다.)
 
050   바둑 두는 여자 / 샨사 / 현대문학
        (샨사의 초기작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그 빛이 점점 사그라들어 범작의 영역으로 치닫는 요즘 행보가 안타깝다.
        세 번째 읽는 것이지만, 여전히 아련하고 처절하다.)
 
051   행복을 파는 외계인 / 웨인 다이버 / 21세기북스
        (스타 강연자의 전형. 그러나 외계인은 수다스럽고 지독한 불평주의자다.)
 
052   성공학 / 천따웨이 / 모색
         (10권의 가치가 있으나, 지나치게 포개져있어 장점이 곧 단점)
 
053   끈기의 기술 / 이시다 준 / 북돋움
        (아무리 쉬운 책이 읽힌다지만......)
 
054   빠지다 / 가와카미 히로미 / 두드림
        (단체사진에서 '빠져'있다.
        빠져들어 읽지는 않았지만, 장편부터 읽었다면 다른 인상이었을 것이다.)
 
055   고대의 못말리는 여자들 / 비키 레온 / 꼬마이실
        (당신의 고정관념에 하이킥을 날리는 진취적인 책.
        여왕부터 독살전문가까지 다양한 인생, 다양한 여성, 다채로운 고대여인사)
 
056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버넷 호즈슨 / 시공주니어
        (읽을 때마다 인상이 다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비밀의 화원이 있다.
        지금 나는 그것을 발견하고 가꿔나가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총 22편, 리뷰완료 11편
 
 

 

 
수적으로는 2월에 비해 발전했고
질적으로는 1월에 못미친다.
다양하게 읽었지만, 내 의도가 아니었으며
가지 않은 길을 억지로 가보려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했다.
여러 번 되풀이읽을만한 책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3월의 독서는 그저 무난했으며, 자랑스러울 것이 없다.


 

 
베스트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그렇지만 민음사판이 더 충실하다.


 

 

( 읽고 있는 책 )

 

   3월은 붉은 구렁을

   익명의 변호사들

  운명의 서

   파충류처럼 냉정하고, 포유류처럼 긍정하라

   정표이야기

   눈 먼 자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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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4-0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깔끔한 정리가 눈에 확들어 오는군요! 특히 안나의 정리가 인상적입니다. 문차일드님 즐찾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흐흐. 추천 팍!

문차일드 2007-04-0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는 읽을 때마다 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또 6번째는 어떤 얼굴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답니다.

stella님의 따뜻한 말씀, 늘 감사합니다. 이제 알라딘까지 완소!!!^^

marine 2007-04-19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 카레리나, 가 특히 눈에 확 들어옵니다

문차일드 2007-04-2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rine님, <안나>는 몇 번이나 다시 읽을 수 있을지, 제가 영혼으로 카운터 세고 싶은 책입니다. 다음장을 넘길때마다... 꼭 부분기억상실처럼 격하게 떨리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