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을 보면, 주인공 클라라의 언니는 천상의 미모를 타고난 소녀다. 청동 빛이 감도는 초록색  머리에 모든 사람을 한 눈에 반하게 만드는 이 절세미녀는 결혼을 얼마 앞두고 요절하고 만다. 시신을 다루던 장의업자 청년은 사랑에 빠져-

이 부분은 명백한 시간(屍姦)을 나타내고 있지만, 중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일부인가 하고 그냥 넘겨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죽음과 에로스의 상관관계는 금세기의 소설에서만이 아니라 중세의 전래동화에도 나타나 있는데, 『백설 공주』에서 유리관에 안치된 백설 공주의 시신을 성으로 가져가는 왕자의 모습은 시신에 사랑을 느끼는, ‘네크로필리아’를 보여준다고 한다. 대체 누가 전래동화에 불순하고 선정적인 메스를 들이대며, 어린 날의 환상을 조각조각 부셔 버리는가.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로 선풍적인 잔혹동화물의 도래를 가져왔던 기류 미사오가, 이번에는 죽음과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에로스에 대해 섬뜩하고 핏빛이 낭자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고 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는 표지에 피어있는 검은 벨벳처럼 고혹적인 장미처럼, 선명한 이미지의 차용과 극대화된 관음증적 시각을 바탕으로, 널리 알려졌거나, 은밀히 묻혀있던 죽음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윤리와 상식만으로는 제어할 수 없었던 죽음의 실체에 맞서오고, 기꺼이 맞아들이고, 때로는 전설을 창조해낸 이야기들은, 저자의 거침없어 더 환영받는 필력 위에서 더 선명하게 피어난다. 위선이 배제되어 불편하리만치 직설적이며, 극도로 화려한 스캔들의 보고를 들여다보는 것을 당당히 허가받는 것은, 은밀한 충족감을 주기도 하는 법이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예를 통해 죽음은 불멸을 얻는 하나의 방편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투우를 통해 본 죽음에 다다르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만 겪는 완벽한 절정, 유럽을 휩쓴 흑사병이 남기고 간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 죽는 순간까지 천국 앞의 서열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가진 자들의 집착, 죽음마저 명예롭게 설계하는 자살자들, 잔 다르크에서 다이애나 비까지, 위인과 명사들의 죽음에서 볼 수 있는 파란만장한 편력들. 인간은 죽음이라는 결정지어진 굴레 안에서 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치열하게 생을 끌어안는다.


  기류 미사오의 전작들에는 죽음과 광기에 관한 집념들이 미학으로까지 승화되어 나타나곤 한다. 일본인 하면 떠오르는 ‘제대로 죽기’에 대한 집착이 제대로 형상화되어, 고딕풍의 우아한 파멸에 천착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대체 어떤 것을 테마로 삼아, 인간의 숨겨져 있어 더욱 매혹적인 음습한 욕망을 이야기할까 기대가 된다. 죽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인간은 햇살이 비치는 동안 장미 꽃잎을 모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사악하리만치 탐미적인 삽화와 함께 한 죽음들을 목도하면서, 책을 덮고 나서 나를 붙들어두는 것은, 검은 벨벳 장미가 아닌 불굴의 생의 의지의 구현 같은 여린 장미 가시였다. 죽음과 삶은 대착점이 아닌 심장을 공유하는 정신적 쌍둥이이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