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똥 참기 -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찾아서 국시꼬랭이 동네 13
이춘희 지음, 심은숙 그림 / 사파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똥’ 이야기치고 재미없는 것은 없다. 그것이 그림책이라면 더더욱.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강아지 똥>, <똥떡>. 하나같이 재미와 교훈과 인생철학까지 안겨주는 고전들이 아닌가하는데, 그 목록에 국시꼬랭이동네의 열 세 번 째 이야기 <밤똥참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국시꼬랭이동네의 책들이 다들 그렇듯 <밤똥참기>도, 우리의 ‘옛 아이들’이 까까머리로 등장해, 누추하지만 화기애애한 초가지붕 아래서 복작복작 대며 살갑게 부대끼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준다. 시리즈의 전권을 집필한 이춘희 씨의 입담과 똘망진 짱구머리에 볼이 빨갛게 부르튼 개구쟁이들이 인상적인 심은숙 씨의 삽화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탁 터놓고 재미난다.


  늦은 겨울밤, 길남이, 길수 형제는 무를 깎아 맛나게 먹어치웠는데, 한밤중에 길남이는 똥이 마려워 깨어난다. 당연히 으슥하고 찬바람 쌩쌩 부는 뒷간까지 혼자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남이가 뒷간에 같이 가자고 아무리 보채도, 형 길수는 자는 척만 하다, 똥 참는 필살기를 가르쳐주기로 한다. 웬걸... 지독한 독 방귀만 거푸 나온다. 위태롭게 촛불을 켜고,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 뒷간으로 가는 형제는 자못 비장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림책 가득 길남이의 투실한 엉덩이 사이에서 뚝 떨어져 나오는 똥 그림은 지나치게 실감나는 감도 없지 않아, 이 책의 띠지에 [식사 전후에는 읽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을 삽입해야 한다고 잠시 생각했다. 무사히 밤똥누기를 끝마치나 했더니만, 촛불이 훅 꺼지고 나서 형제의 괴성에 엄마가 한달음에 달려온다. 부스스하고 되는대로 옷을 걸치고 나온 엄마는 “또 밤똥 눴니?”하더니, 밤똥을 싹 없앨 수 있는 비기를 전수하기 시작한다. 푸훗...


  불 꺼진 거실이 무서워 화장실가기 두려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진다. 맨발에 촛불을 들고, 눈보라를 헤치고 왔다갔다해야하는 뒷간에 얽힌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또 밤똥이냐?”라며 타박하면서도 결국은 동생을 따라 나서는, 뒷간의 무서움을 익히 아는 길수나, “또 밤똥 눴니?”라며 아이들의 밤마실이 걱정스러운 엄마나, 왜 이리 정겹고 애틋한지. 하하 웃는 가운데서도 길남이네 화목한 지붕 맡이 소복한 눈으로 쌓여가는 것에 가슴이 뜨뜻해져온다.


  똥, 방귀, 화장실, 뒷간 귀신... 원색적이면서도 솔직담백하다. 재미를 꾸밀 필요도 없고, 교훈을 담아내려고 강박증을 가질 필요도 없다. ‘옛 아이들’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에 담긴 웃음과 잔잔하면서도 폭풍 같은 일상이 시공을 넘어서까지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든다. 읽다가 여러 차례 코를 쥐고 싶을 만큼 강력한 후각 이미지들 탓에 한참을 숨을 참으며 읽게 되는 책, <밤똥참기>에는 구릿하지만 훈훈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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