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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851년 미국에서 태어나 1888년 선교사로서 조선에 온 언더우드라는 여성의 이야기이다.
조선에 도착하자마자 명성황후 민씨의 시의가 되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서양병원인 광혜원의 부인과 책임자로 일하게 되었다.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에 대한 시각이 담겨 있다. 선교사 입장에서 본 선교사적인 시각과 함께 근현대사도 알 수 있다. 약간의 서구 우월주의적인 시각도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대신 말해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당시에 일어난 일에 대한세세한 묘사를 함으로써 그 당시 조선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의 불화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우리는 명성황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이 책을 통해서 추측해 볼 수 있다. 명성황후는 종종 이 서양인에게 좋은 물품을 하사하고 궁중에도 초대했나보다. 죽기 전까지 그녀의 자상함과 지적임에 대해서저자는 언급하고 있다. 명성황후의 죽기 전과 후 그리고 일제에 침탈당하기 전과 그 후를 이 책에서는 한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기록이 다 맞지는 않을테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말로서 근 현대사를 공부하는데 있어 좋은 자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 사람들에 대한 흥미로운 점을 많이 발견했다.
p. 93 「 조선의 양반들은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을 가마에 깔고, 이빨과 발톱은 장식품으로 쓴다. 그 밖에도 호랑이나 표범의 뼈를 간 것이 화장품으로서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
이 부분을 읽고 사실 적잖이 놀랐다. 호랑이와 표범의 가죽을 벗기는 것도 모자라 이빨과 발톱까지 활용했다니 맹수보다 더 독한건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호랑이 뼈까지 갈아서 이용했다는 것을 이 글을 보면서 알 수 있었는데 오늘날 동물학자들이 알면 까무라칠 일이 아닌가. 그리고 뭐에 좋다고 하면 그게 무엇인건 간에 사용하고 보는 한국인들의 심리가 최근에서야 형성되는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이부분을 읽으면서는 식습관이라는 게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식습관 뿐만 아니라 모든 전통들이 하루 아침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듯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참으로 끈질기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p. 128 「 조선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는데 일본 사람들은 어째서 잘 사는지 그 까닭을 이제야 알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 사람들은" 하더니 "하루에 백원을 벌어 천원어치를 먹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반대로 하루에 천 원을 벌어 백원어치를 먹습니다."하고 말했다.」
이 책을 보니 푸짐한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굶고 가서 잔뜩 먹고 그것도 모자라 소매에 음식을 한움큼 싸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잔치를 열어도 음식을 아주 조금만 차려서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잔치를 열면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음식낭비가 심하다. 좋게 말하면 정이 넘친다고한다. 반면, 일본은 소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저 글을 읽고 껄껄 웃었다. 역사란 과거아 현재를 이으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것이라 했던가. 미래에도 우리의 후손들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먹고 있을 것 같다.
언더우드 부인은 <가장 행복했던 십오년 간의 추억을 담이 이 작은 책을 내 남편에게 바친다>고 이 책을 출간하며 말했다. 그녀가 쉰 세살이 되던 1904년에 15년간의 조선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지은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보고들은 바와 느낀 바를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의 최초 번역본은 <상투잽이들과의 십오년>인데 품절되고 이 책을 통해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1900년대 당시 조선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개인의 생각과 약간은 서구주의적인 사고가 묻어 있지만 귀중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