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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언젠가 TV에서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의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다. 온실처럼 싱그러운 식물들로 거실을 꾸민 집이었는데, 그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될 것 같아 그런 집처럼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옥상에 정원을 꾸민 이야기도 소개된 적이 있었다. 아무 용도로 쓰이지 않는 공간을 정원으로 꾸며서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힐링의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든 일하는 공간이든지 실용성이나 효율성만을 중시하여 설계하기 마련이지만, 삭막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흡사 SF영화에서 봤던 미래의 도시처럼 편리하고 현대적이긴 하지만 편안함을 느낄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신경건축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태동시킨 에스더 스턴버그가 쓴 "힐링 스페이스"는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치유가 되고 영감을 얻고, 기억이 향상되는지 등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낯선 심리학, 뇌신경학, 면역학 등과 관련된 용어들로 인해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긴 하지만, 힐링의 공간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어떻게 이루어져왔는지를 엿볼 수 있었. 예를 들면, 향을 통해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치유가 되기도 하며, 많이 안아준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처럼 촉각을 통한 경험이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던가 미로라는 공간이 주는 영향에 관한 연구 등은 신기하면서 흥미로웠다.
이와 함께 고대의 유적지, 중세성당, 현대 미술관 등과 같은 건축물과 로키산맥의 플랫아이언과 같은 명소들을 알아 가는 재미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어느 인터뷰에서 '치유와 관련된 건축이라는 개념에 헌신한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그의 건축철학대로 설계한 요양원 '매기 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곳들을 설계할 때 환자를 세심하게 배려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곳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도시가 다양한 질병의 전파와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기에 바뀌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었는데, 서울의 스모그 사진이 실릴 것을 보고 씁쓸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초미세먼지 수치를 매일 확인하고, 경보가 발령되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해야 했기에 공감이 되었다. 요즘 전세계가 코로나19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격리 등을 시행하고, 중국의 경우 많은 공장들이 가동되지 않음에 따라 베이징에서 파란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뉴스도 있었고 작년에 비하면 초미세먼지로 인한 경보발령 횟수도 많지 않음을 보며 치유의 공간은 인간이 설계하는 공간에만 한정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힐링의 공간으로 탄생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알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