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 - 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표석 시리즈 3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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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근대적 도시에서 현대적 대도시로 급변하는 서울의 풍경

 

유씨북스에서 출판한 전국역사지도사모임의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는 오늘날 서울에 남아 있는 표석을 따라 서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도서이다.

전국역사지도사모임에서는 표석으로 읽는 근대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리즈를 출판했고일제강점기의 서울 풍경을 담은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 개화와 근대화의 격변 시대를 지나는 대한제국의 서울 풍경을 담은 <표석을 따라 한성을 거닐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까지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던 <표석을 따라 제국에서 민국을 걷다>에 이어 완결편으로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를 완성했다.

 

세계에서도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대도시인 서울을 전문가와 지역민 인터뷰를 거쳐 서울 도심과 부도심 지역으로 나눠 주제를 정하고지역에 녹아 있는 이야기를 표석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1부 근대적 도시화의 시작은 종로 길에서 모더니스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명동 길에서 문화 예술을 용산길에서는 금단의 땅의 비밀을 소개한다.

영등포 길에서는 금융 허브를 마포 길에서는 한강의 기적을 더듬어본다.

 

종로는 조선이 건국되면서 만들어진 상업의 중심로였다아침저녁으로 성문을 여닫는 시각을 알리는 종루가 있었고궁궐의 남북으로 뻗은 광화문 앞길과 돈화문로도 종로에서 만나 남쪽 길로 이어졌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인다 해서 운종가로 불렀다종로는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심지였다.

 

            Photo by INHYEOK PARK on Unsplash

 

1980년대까지 종로서적은 서점이자 만남의 광장이었다그때 종로에서 만나라는 말은 곧 책을 읽으며 친구를 기다리던 종로서적을 의미했다.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종로에는 지금도 광화문 교보문고 입구 벤치 위에는 <표본실의 청개구리>의 저자인 염상섭이 앉아 있다.

 

명동은 1930년대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지저밍 생긴다당시 모던걸과 모던보이들의 로망은 미쓰코시백화점에서 런지를 먹고 옥상정원에 올라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명동성당 일대와 중국대사관 근처를 제외하고는 명동은 폐허가 되었다이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양장점백화점다방금융기관의 본사 등이 들어서며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가 된다.

 

1970, 1980년대에는 군사독재에 맞서는 민주화운동으로 잦은 시위가 있었다. 2010년대에는 수많은 관광객이 명동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현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동인구가 줄어 명동에는 빈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Photo by JEONGUK - on Unsplash

 

1945년 8월 18일 지금의 여의도공원인 경성비행장에 C-47 수송기 한 대가 멎었고 20여 명의 군인이 뛰어내렸다그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광복군 전진부대워인 이범석김준엽노능서장준하와 버드 중령과 미국전략정보처 OSS 대원들 22명이 중국 시안에서 날아왔다.

 

미군과 광복군은 오랜 시간 국내 진공작적을 준비했었고작전이 성공했다면 한반도의 분단도 한국전쟁도 없었을 것이다김구 주석은 일왕의 항복 소식을 듣고 이것은 기쁜 소식이 아니라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일이다천신만고로 수년간 참전준비를 한 것도 다 허사다라고 <백범일지>에 적고 있다.

 

여의도가 비행장이었고당인리에는 발전소가 있었으며마포는 전차 종점이 있었다한번은 들어봤을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은 마포종점 인근에 살던 젊은 부부가 가난했지만열심히 살았고남편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학비를 벌기 위해 일하다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지만통신이 발달하지 않아 사망 소식을 모르는 아내가 남편을 기다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편이 전차를 타고 나타날 거라는 믿음으로 한없이 기다리다 어느 날 종적을 감췄다는 내용이다.

 

노래 가사를 보면 당인리 발전소여의도 비행장강 건너 영등포를 나타내고 있어 당시 서울의 지리를 가늠할 수 있다.

 

 

 

             Photo by Park Gunwoo on Unsplash

 

2부 현대적 대도시의 건설에서는 서울의 도시 확장과 대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은 1960~1970년대 연평균 9%라는 고도성장을 이루며 '한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었다하지만 서울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1950년 160만 명이었던 인구는 1970년 500만 명을 넘어섰고인구 급증은 도시문제와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수도 서울의 안보와 맞물려 도심 기능의 분산 · 주택난 해결과 인구 분산 · 경제성장 등을 목적으로 서울은 행정구역을 늘리거나 넓히면서 경부고속도로와 아파트로 대변되는 영동 개발 등 도시계획과 신도시 개발을 매우 빠르게 진행했다.

 

1963년 이전까지 강남 지역은 아직 서울이 아니었다경기도 광주군 지역이었고, 1963년에 서울시 성동구에 편입되었다이후 1975년 성동구 중 한강 이남 전역(지금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강동구)이 강남구로 분구되었다.

 

지금은 강남이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예전에는 '영등포 동쪽또는 영등포와 성동 중간이라는 뜻으로 '영동'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실제로 1970년대에 시작된 개발 계획의 정식 명칭도 '강남 개발'이 아닌 '영동 개발'이었다그 당시는 강북이 곧 서울이었고한강 이남의 광주군 사람들은 강 건너를 '서울'이라고 불렀다.

 

그 당시 강남은 말 그대로 논밭이었고 도심 외곽에 불과했다.

 

장마나 홍수 때면 물에 잠기기 일쑤였고잠원동은 누에고치를 치던 곳이었고양재동은 말죽을 끓여 먹이던 곳이었고압구정은 한명회의 정자가 있는 휴양지였다그런 강남에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1968년은 서울 개발의 분수령이 되는 해이다.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과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으로 안보 정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했다강북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와 주요 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한강 다리가 끊기면 이전보다 더 큰 비극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고 유사시 피난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강남 개발을 결정학 남북 분단이라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토지 개발과 환지 처분을 통해 땅 주인들로부터 보류지를 기부받고 체비지를 마련했다체비지를 판매하여 개발비용을 충당했다.

1966년 200~400원 하던 땅값은 1970년 4,500~6,000, 1971년에는 1만 4000~1만 6,000원까지 오르니 땅 주인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더불어 공유수면매립을 통해 땅을 마련하기도 했다땅 주인에게 보상이 필요 없는 국가 소유의 하천이나 간척지를 메우면 땅이 만들어졌다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압구정 일대의 모래를 파내 강변을 쌓고 제방을 쌓은 곳에 지은 아파트다반면에 반포지구는 물에 잠기는 저지대였는데막대한 예산을 이유로 메우지 않고 배수펌프장을 만들고 아파트를 지었다물에 잠기더라도 아파트 위층으로 대피하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본격적인 강남 개발은 1968년 경부고속도로 착공과 맞물려 시작됐다지금의 신사 · 논현 · 역삼 일대의 영동1지구는 약 1,55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이었다이어 1970년 11월 서울시는 대치 · 삼성 · 청담 · 압구정 일대의 영동2지구 약 1,200만 제곱미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과 봉은사 남쪽 삼성동에 당시 상공부 청사와 산하 단체를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 초기 사람들이 강남으로 이주를 꺼리자 정부에서는 강력한 강남 유인 정책과 강북 억제 정책을 시행했다서울의 중심지를 영동지구로 옮기겠다며 서울시청 영동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에 1973년부터는 종로구중구 일대에 상점 허가를 내주지 않았고 택지 개발을 금지했다.

 

강남으로 핵심 인프라를 옮기는 작업도 이어졌다법원과 검찰청관세청이 이전했다사대문 안의 명문 고교들은 동문의 반대에도 강제로 이전키셨다지하철 2호선도 왕십리에서 서소문까지의 일자선 계획은 순환선으로 바꿔 강남의 대부분 지역을 편입시켰다.

반포에 고속버스터미널을 건설하고동대문 고속버스터미널을 폐쇄했다.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서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대도시임에도 역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도시 체계는 세계인이 선망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이 지금의 서울이라는 역사를 가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다서울에 있는 표석을 따라 과거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는 소중한 사진 자료와 표석이 있는 장소를 별도로 기재해 여행자와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도시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인구의 밀도가 낮은 곳으로 서서히 팽창한다. 지금의 영등포, 성동구, 은평길 일대는 공업화와 함께 서울이 팽창한 지역이다.

 

서울에 주거를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지역도 이 세 곳이다. 아직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고, 60년대 7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져 이제는 구축과 신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지역이다.

저자는 영등포를 기점으로 근현대사의 표석을 추적한다.

영등포는 철도역이 들어서며 지역이 팽창했고, 가장 유명한 사건은 물산장려운동과 함께 생긴 경성방직()이다.

영등포동, 양평동, 당산동, 도림동, 문래동 일대는 공업지역으로 팽창했고 만주사변을 일어나 군수공장이 호황을 누려 이 지역의 중요성이 더해졌다.

 

 

내년에 서울에 집을 마련해야할 수도 있는 처지라 서울의 지리에 관해 궁금하던 터라 서울의 지리와 역사를 알아가는데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방송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나와 동명이나 지역을 이야기하면 어떤 지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으나, 이 책을 통해 개략적인 서울의 발달사와 더불어 지역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바라건대, 내년에 서울에 집을 마련한다면 책에 나오는 표석을 찾아다니며 과거에서 현대에 이르는 역사 탐방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매번 서울 여행은 제한된 시간으로 가는 곳 위주로 가게 되는데, 서울의 넓은 지역은 근현대사의 흔적을 지닌 곳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추억이라는 것이 시간적, 공간적 경험을 해야 나눌 수 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서울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는 지방에 거주하는 나에게는 서울의 추억을 살 수 있는 책이었다.

 

서울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은 <표석을 따라 서울을 거닐다>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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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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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악마적 재능을 소설로 접하다!

 

이화북스에서 출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수 있나 모르겠다츠바이크의 전기작가로서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내가 접한 그의 첫 저서는 이화북스 츠바이크 선집1권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였다.

 

이 책도 너무 몰입감 있게 읽었던 터라, 20세기 문화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와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 생각했지만이번 소설집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읽고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정도의 소설이라면 찰스 디킨스와 서머싯 몸에 버금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오스트리아 빈은 격동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한 가운데였다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유복한 사업가 가문 출신인 츠바이크의 아버지는 체코 동부의 방직물 사업을 했다츠바이크 가문은 산업의 기계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결과 19세기 후반에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외가는 더 부유했고 금융업을 했고 유럽 곳곳에 은행을 경영했다츠바이크는 빈의 상류층으로 부유한 삶을 누렸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몰락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가속화되었고히틀러의 나치당 출현은 유대인 가문이었던 츠바이크로 하여금 정체성의 혼란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럽에 대한 긍지를 무너뜨렸다.

 

나치당이 출현하기 전 독일제국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는데이 정도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는 나라는 독일제국과 짐바브웨가 유일무이하다일례로 1921년 12월에 4마르크에 채 못 미치던 빵 가격은 1923년 12월에는 무려 3조 9천 9백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 숫자가 되어버린다우리로 치면 5억 원하는 아파트 전세가 2년 만기 뒤 5,000경 원에 이르는 미친 가격상승률이다.

 

츠바이크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집필한다예술품 소장가였던 노인을 찾아가는 화자는 노인의 가족이 생계를 위해 값비싼 미술품을 거래상에 팔지만대금을 돌려받을 때는 이미 값어치를 상실해 버리고 만다시력을 잃은 노인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면 가족들은 드레스덴 최고의 부자가 될 거로 생각하지만 현실을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간다.

 

 

츠바이크가 살았던 빈과 그의 모교 빈 대학은 당시 유럽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이 모였던 곳이다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츠바이크는 릴케와 같은 시를 보고 초기에는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는 고전을 읽고 인물에 대한 탐구를 거듭하다 역사를 뒤흔드는 학교 선배와 교류하게 되는데그는 바로 프로이트이다이 단편 소설집 6편에는 프로이트에게 헌정하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작품은 3편은 보인다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을 발표하지만대중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일전에 읽었던 프로이트의 논문도 사실 심리학정신분석학 전공이나 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혁명과도 같은 책이나 대중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터였다.

 

츠바이크의 소설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야기로 풀어낸 사례집과 같았고 단번에 프로이트의 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두 사람의 우정과 서신 교류는 프로이트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관련한 단편은 첫 번째 작품인 <아찔한 비밀>이다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줄거리는 대단히 단순하다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변화는 내가 현장의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함께 경험하는 느낌을 준다.

 

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소년이 어린이로서 바라보는 세계와 성인이 바라보는 세계의 충돌을 그리는 작품은 나의 욕망을 가로막는 타자를 대하는 태도가 만들어내는 내적 갈등의 고조와 가장 친밀한 사람의 일탈과 이를 막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인상적이다.

 

 

<불안역시 프로이트의 불안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내재한 불알을 다루는 방식에서 불안의 강도는 커지거나 작아진다이 또한 단순한 줄거리지만 폭풍우를 몰아치는 그의 글쓰기에 관한 악마적 재능이 폭발하는 작품이다우리는 주인공의 심정에 몰입해 조여오는 불안감을 같이 공감할 수 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여성에게 나타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를 추종하고 경외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고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니 자신의 부모님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자신의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도착하며 자기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사건은 전개하는데 이 또한 주인공의 심리를 흠뻑 몰입해 읽을 수 있다.

 

그의 묘사를 살펴보자.

 

현악기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으면 바람에도 울리듯이난 당신의 모습에 반응했어요난 항상 당신 주위에 머물며 긴장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지만당신은 전혀 느끼지 못했지요당신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계태엽의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똑같아요시계태엽은 어둠 속에서 쉬지 않고 당신의 시간을 세고 나누며들리지 않는 심장 박동 소리를 내며 당신을 따라다니지만당신은 초침이 수백만 번 똑딱거리는 동안 무심히 딱 한 번 힐끗 시선을 던질 뿐이잖아요. (192)

 

츠바이크에게 영향을 준 다른 인물은 로맹 롤랑이다우리에게는 <장크리스토프>을 알려진 로맹 롤랑은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원했다츠바이크는 그와 교류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적국의 지인이자 로맹 롤랑의 영향이 드러난 작품은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이다.

 

아라라트산 정상에 도착한 노아의 방주에서 뭍을 확인하기 위해 날려진 비둘기는 세상을 떠돌다 노아에게 돌아가지 않고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평화로운 땅이 폭발음으로 가득하고 자기보다 몸집이 커다란 새까만 새가 하늘을 뒤덮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비둘기는 평화로운 장소를 찾으려 하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짧은 페이지에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황은 다시는 벌어져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츠바이크는 나치가 집권하고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자 영국으로 피신한다이어 남미 브라질로 이주한 후자신이 자라고 영혼이 깃든 유럽이 <어제의 세계>로 되어버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 때 메시지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

 

그의 생애와 작품은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대표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츠바이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이지 않는 소장품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소장품 #슈테판츠바이크 #정상원 #이화북스 #츠바이크 #단편소설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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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시겠습니까 -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정치인의 실전 육아 스토리
김진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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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 정치인의 실전 육아 스토리

 

이담북스에서 출판한 김진영 대표님의 <엄마 하시겠습니까>는 늦둥이를 가지게 된 엄마의 이야기이다.

 

김진영 대표님은 공학 박사로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구의원시의원으로 정치계에도 몸담았다큰딸아이가 16살 때 갑자기 늦둥이 아들이 생겼다그렇게 엄마자리로 강제 복직을 했다한 번 키워봤다고 육아가 나를 얼마나 괴물스럽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은 덜었다그런데 정치를 했어도육아를 한 번 해 봤어도 다시 시작된 육아는 참 별수 없었다그래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엄마 하시겠습니까 책날개 중 ]

 

남자들이 즐비한 공학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일하며 자녀를 키우는 동안 계속 공부해 대학에도 출강한다바쁜 와중에도 정치 활동에 전념해 구정 활동시정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매니페스토 최우수 의원으로 연속으로 선정되는 등 저자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산부인과 의사는 내진으로 양수를 터뜨렸다고 했다바로 입원하고 아기를 낳자고 했다. (15)

 

“2.67㎏ 사내아이예요아기가 아주 작아요작게 낳아 크게 키우면 돼요.”

축하해요벅차죠울지 마세요잘하셨어요이제 좀 주무세요.” (18)

 

오롯이 혼자인 나에게 가장 따뜻한 말처럼 들렸다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깊은 잠이 들었다혼란스럽고 눈물 나고 그렇게 또다시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기적같이 16년 만에 둘째 아이를 가지고 기쁘고 어이없고 놀랐지만 순순히 낳았다.(19)

 

 

43세라는 늦은 나이에 둘째를 가지게 되어 새로운 육아를 경험하지만 첫째와는 다른 느낌이다긍정적이고 활발한 성격이었지만 호르몬 변화에서부터 육아에 대한 부담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지금까지 쌓아왔던 경력이 단절되는 건 아닌지 육아에 지쳐 산후우울증을 경험한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유아교육을 전공하는 분이 영아에서부터 공공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가장 육아부담이 줄어들겠지만 아직은 다른 사람의 손에 자녀를 맡긴다는 것에 망설여지는 부모님이 많다.

 

늦둥이 육아로 자기 계발을 생각할 시간도 없고 집안일도 늘었지만최선을 다하는 그녀는 바쁜 틈에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직접 개설한다이를 계기로 엄마의 자기관리라는 이름을 정했고, ‘엄마자리라는 말로 줄일 수 있었다지금은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가 엄마를 이끌어준다는 마음으로 오디오 클립을 운영하고 스타트 업으로 성장했다.

 

 

저자가 전공한 토목공학은 대형 공사가 주를 이룬다남자가 주를 이루지만 여성의 섬세한 면이 효과적인 분야도 있다지금도 소수지만 토목 공사 현장과 공무원에는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다전방위로 성역할이 허물어지고 있기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토목 공학에서도 여성의 활약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현장소장을 꿈꾸고 내가 만든 시설물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을 그리다 남들이 조금 덜 가는 길을 선택한다.

 

선거비용도 풍족하게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구의 기초의원 공천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고 선거 운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후 기초의회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정치는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정치는 답을 만들려고 하지만 삶에 정답은 없다. (171)

 

저자는 두 번째 복귀를 위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아니 기다리는 것보다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기회를 만들고 있다기회는 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고기회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그녀의 노력하는 모습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열심히 노력하는 저자의 다음 모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엄마하시겠습니까 #김진영 #에세이 #육아 #육아에세이 #출산 #늦둥이 #부모 #엄마 #엄마정치인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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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한주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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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흐름부터 일상에서 접하는 철학까지

 

시그마북스에서 출판한 토마스 아키나리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은 철학을 시대별로 주제별로 정리한 책이다.

 

토마스 아키나리는 현재 일본의 입시명문학원인 가와이주쿠와 대형 예비학교에서 일본사’, ‘윤리’, ‘현대사회’ 과목을 담당하고 있다주오대학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고 조치대학 신학부에서 공부했다역사를 비롯해 철학과 종교 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독자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독자의 눈높이에서 해설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책날개 중 ]

 

도쿄의 멋드러진 건물이 학원이라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일본 3대 입시명문학원인 가와이주쿠의 윤리 담당 선생님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윤리와 철학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하는데 전문가라는 말이다저자는 전작의 철학 서적에서도 마이드맵과 흐름도를 사용해 철학을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도 제1부 철학사를 고대 철학에서 시작해 종교 철학근대 철학현대 철학경제 철학생존 철학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철학으로 정리했다2부 주제별 철학은 행복종교삶과 죽음동양 철학현대사회의 윤리 문제라는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를 정리했다.

 

중국집에 가면 짜장면과 짬뽕을 고르기 힘들 듯 철학 서적도 연대기별주제별로 한 가지 기준으로 기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저자는 두 가지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화살표를 사용한 하이퍼 링크처럼 왔다갔다 하면서 탐독할 수 있도록 했다.

 

철학 서적을 찾는 경우는 살아가면서 생각할 문제를 접할 때이다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관한 고찰로 하이데거( ->176p)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의 죽음 그 자체를 순수한 의미로서는 경험할 수 없다고 한다다만 그곳에 함께 존재할 뿐이다. (256)

책을 통해 우리는 하이데거가 삶과 죽음을 다루었던 바를 찾아볼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처음에 기독교 신학을 연구했다후에 후설의 현상학키에르케고르와 니체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1927년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론적 해석학을 통해 존재에 관해 물음을 던졌다.

 

하이데거는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아직은 다가오지 않는 것이라 했다이는 현존재인 인간이 본질적으로 미완료의 상태이기 때문이다완료에 이르렀을 때 무언가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종말을 맞이한다는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자신의 종말을 다가가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원자론의 측면에서 보면 인간의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원자의 결합과 흩어지는 과정이다원자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지인의 죽음은 환원된 원자가 계속 존재하여 우리 주변에 머무는 거로 생각하자.

 

 

다른 한 가지 커다란 주제는 신과 종교경제와 철학에 관한 점이다.

 

국제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종교에 관해 이해해야 한다미국과 유럽의 사고방식에는 기독교 사상이 자리하고 있으며중동은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문화에 영향을 받고 있다.

 

아시아를 봐도 인도는 힌두교와 이슬람교를 믿으며중국이나 북한은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성립된 국가이다.

 

 

경제와 철학의 관계도 흥미롭다.

 

경제학을 정립한 애덤 스미스는 철학자였다시장경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토지나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가 시장에서 교환되는 중상주의 정책이 전제되어야 한다영국의 동인도회사의 식민지 정책은 중상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을 저술했다인간은 동감을 통해 타자로부터 평가받고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지닌다여기서 인간의 이기심상호애자비심 등의 감정을 공평한 관찰자가 기준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

 

여기서 발달한 내용인 <국부론>의 이기심’,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어졌다.

애덤 스미스는 부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을 증대되는 것이라 주장했다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면 국가가 부유해질’ 필요가 있다생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에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촉진하게 된다.

 

 

저자도 제안하듯 <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오히려 본인이 관심을 가진 주제별로 화살표를 따라 철학의 여정을 떠나면 된다.

 

1일에 4페이지 분량으로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게 84일의 여정을 통해 일상에서 접하는 철학적 문제의 전후 사정을 알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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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한주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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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관심을 가진 주제별로 화살표를 따라 철학의 여정을 떠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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