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쓰기의 악마적 재능을 소설로 접하다!

 

이화북스에서 출판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수 있나 모르겠다츠바이크의 전기작가로서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내가 접한 그의 첫 저서는 이화북스 츠바이크 선집1권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였다.

 

이 책도 너무 몰입감 있게 읽었던 터라, 20세기 문화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와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 생각했지만이번 소설집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읽고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정도의 소설이라면 찰스 디킨스와 서머싯 몸에 버금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오스트리아 빈은 격동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한 가운데였다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유복한 사업가 가문 출신인 츠바이크의 아버지는 체코 동부의 방직물 사업을 했다츠바이크 가문은 산업의 기계화에 기민하게 대처한 결과 19세기 후반에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외가는 더 부유했고 금융업을 했고 유럽 곳곳에 은행을 경영했다츠바이크는 빈의 상류층으로 부유한 삶을 누렸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몰락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가속화되었고히틀러의 나치당 출현은 유대인 가문이었던 츠바이크로 하여금 정체성의 혼란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럽에 대한 긍지를 무너뜨렸다.

 

나치당이 출현하기 전 독일제국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는데이 정도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는 나라는 독일제국과 짐바브웨가 유일무이하다일례로 1921년 12월에 4마르크에 채 못 미치던 빵 가격은 1923년 12월에는 무려 3조 9천 9백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 숫자가 되어버린다우리로 치면 5억 원하는 아파트 전세가 2년 만기 뒤 5,000경 원에 이르는 미친 가격상승률이다.

 

츠바이크는 이때의 경험을 살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집필한다예술품 소장가였던 노인을 찾아가는 화자는 노인의 가족이 생계를 위해 값비싼 미술품을 거래상에 팔지만대금을 돌려받을 때는 이미 값어치를 상실해 버리고 만다시력을 잃은 노인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면 가족들은 드레스덴 최고의 부자가 될 거로 생각하지만 현실을 전혀 다른 상황으로 흘러간다.

 

 

츠바이크가 살았던 빈과 그의 모교 빈 대학은 당시 유럽 사회의 최고 엘리트들이 모였던 곳이다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츠바이크는 릴케와 같은 시를 보고 초기에는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는 고전을 읽고 인물에 대한 탐구를 거듭하다 역사를 뒤흔드는 학교 선배와 교류하게 되는데그는 바로 프로이트이다이 단편 소설집 6편에는 프로이트에게 헌정하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작품은 3편은 보인다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을 발표하지만대중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일전에 읽었던 프로이트의 논문도 사실 심리학정신분석학 전공이나 공부를 한 사람에게는 혁명과도 같은 책이나 대중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을터였다.

 

츠바이크의 소설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야기로 풀어낸 사례집과 같았고 단번에 프로이트의 이론에 관심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두 사람의 우정과 서신 교류는 프로이트가 죽을 때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관련한 단편은 첫 번째 작품인 <아찔한 비밀>이다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줄거리는 대단히 단순하다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변화는 내가 현장의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함께 경험하는 느낌을 준다.

 

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소년이 어린이로서 바라보는 세계와 성인이 바라보는 세계의 충돌을 그리는 작품은 나의 욕망을 가로막는 타자를 대하는 태도가 만들어내는 내적 갈등의 고조와 가장 친밀한 사람의 일탈과 이를 막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인상적이다.

 

 

<불안역시 프로이트의 불안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내재한 불알을 다루는 방식에서 불안의 강도는 커지거나 작아진다이 또한 단순한 줄거리지만 폭풍우를 몰아치는 그의 글쓰기에 관한 악마적 재능이 폭발하는 작품이다우리는 주인공의 심정에 몰입해 조여오는 불안감을 같이 공감할 수 있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여성에게 나타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를 추종하고 경외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고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하니 자신의 부모님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자신의 불행했던 첫 번째 결혼생활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도착하며 자기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사건은 전개하는데 이 또한 주인공의 심리를 흠뻑 몰입해 읽을 수 있다.

 

그의 묘사를 살펴보자.

 

현악기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으면 바람에도 울리듯이난 당신의 모습에 반응했어요난 항상 당신 주위에 머물며 긴장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지만당신은 전혀 느끼지 못했지요당신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계태엽의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똑같아요시계태엽은 어둠 속에서 쉬지 않고 당신의 시간을 세고 나누며들리지 않는 심장 박동 소리를 내며 당신을 따라다니지만당신은 초침이 수백만 번 똑딱거리는 동안 무심히 딱 한 번 힐끗 시선을 던질 뿐이잖아요. (192)

 

츠바이크에게 영향을 준 다른 인물은 로맹 롤랑이다우리에게는 <장크리스토프>을 알려진 로맹 롤랑은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원했다츠바이크는 그와 교류하며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적국의 지인이자 로맹 롤랑의 영향이 드러난 작품은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이다.

 

아라라트산 정상에 도착한 노아의 방주에서 뭍을 확인하기 위해 날려진 비둘기는 세상을 떠돌다 노아에게 돌아가지 않고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평화로운 땅이 폭발음으로 가득하고 자기보다 몸집이 커다란 새까만 새가 하늘을 뒤덮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비둘기는 평화로운 장소를 찾으려 하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짧은 페이지에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황은 다시는 벌어져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츠바이크는 나치가 집권하고 유대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자 영국으로 피신한다이어 남미 브라질로 이주한 후자신이 자라고 영혼이 깃든 유럽이 <어제의 세계>로 되어버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할 때 메시지를 남기고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한다.

 

그의 생애와 작품은 후대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대표적으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츠바이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이지 않는 소장품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이지않는소장품 #슈테판츠바이크 #정상원 #이화북스 #츠바이크 #단편소설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