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진기한 과학적 상상력의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도발적인 미래 소설
요즘 과거 인상 깊었던 소설을 찾아 다시 읽고 있다. 책장 가운데 자리 눈에 띄는 곳 베르베르 시리즈가 있으며 왼쪽 편에 <개미>가 선택을 기다린다. 1권을 읽으며 개미가 만들어내는 지하세계와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고 싶었던 흥분과 기억이 떠오른다. 순간, 그의 최신작 <키메라의 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저자의 <키메라의 땅>은 <개미>를 읽을 때 느꼈던 희열과 접점을 보여준다. 다른 점은 인류세를 추동하는 사피엔스가 살아갈 미래가 그리밝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다가올 아포칼립스 이후의 시대를 우울하게 바라본다.
사피엔스가 지구의 우월종으로 등극한 것은 네안데르탈인을 비롯한 유사한 종들과 경합을 벌인 결과다. 사피엔스가 독보적인 우월종의 지위를 점하고, 물질적 성장과 기술의 발전은 인구 증가와 지구에 변화를 일으켰다. 인류는 기온, 바다의 산성도, 흙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켰고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발생한 제3차 세계대전을 그리는 저자의 예측이 5년 뒤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소설의 서장을 우울하게 동의한다.
<개미>에 등장한 에드몽 웰스가 남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키메라의 땅>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베르베르의 도서가 한국에 유독 인기인 이유 중 하나는 긴장감 있는 이야기 속에 어렴풋이 알고 있는 과학 지식을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정리해 준다는 점이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과학을 재미있게 접하고 동시에 지식을 쌓게한다면 독서와 교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선택이다.
에드몽 웰스의 ‘지식의 백과사전’은 라마르크의 ‘변이론’과 다윈의 ‘진화론’을 대비한다. 라마르크의 변이론을 지지한 두꺼비 박사 파울 카메러의 증손녀 알리스 카메라는 다가올 미래 인류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변이를 위한 변신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개미 박사 에드몽 웰스의 증손자 뱅자맹은 연구혁신부 장관으로 알리스의 프로젝트의 재원과 시설을 지원한다. 알리스는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과학 기자의 총격을 피해 가까스로 살아남고 뱅자맹은 알리스를 가장 안전한 지구 밖 ISS로 피신시킨다. 알리스는 인간과 박쥐의 혼종인 ‘에어리얼’, 인간과 두더지의 혼종인 ‘디거’, 그리고 인간과 돌고래의 혼종인 ‘노틱’이라는 사피엔스의 아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계속한다.
제목 <키메라의 땅>에서 알수 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알리스와 그녀가 만들어 낸 키메라다. 키메라를 생각하며 팝페라 가수 키메라가 먼저 떠올랐지만, 소설 속 키메라는 그리스 신호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 세이렌, 스핑크스와 같은 혼종을 나타내는 말이다.
베르베르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3차 세계대전과 아포칼립스, 키메라가 만들어져야만 하는 과정, 이후 사피엔스와 키메라의 관계가 설정되고 이를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명성에 걸맞은 이야기꾼임을 증명한다. 엔트로피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세상을 구할 네겐트로피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이야기 공장장 베르베르의 세계관이 궁금한 독자라면 <키메라의 땅>이 제격인 소설이다.
#키메라의땅, #열린책들, #베르나르베르베르, #김희진, #소설, #장편소설, #프랑스문학, #아포칼립스, #SF, #베스트셀러, #키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