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 ㅣ 부키 전문직 리포트 9
나예리 외 지음 / 부키 / 2006년 6월
평점 :
어느 직업군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분야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거다.
“나 고생 많이 했다. 나처럼 되려면 무지하게 노력해야 한다.”
부키에서 나온 전문직 시리즈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성우는 ‘신인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서 고된 일 때문에 몸무게가 47킬로까지 빠졌다고 하는데(키는 170) 그래서 그는 좀 쉬다 올 요량으로 군대에 갔단다. 제대 후에도 “몇 년 내리 휴가 한번 떠나지 못하고 작업실 책상에 붙어 살다시피 했”단다. 김성모의 말, “햇빛 쬔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병원에 갔더니 오십견, 식도염, 지방간이란다”
박수인의 말을 들어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정말이지 만화가의 삶이란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다”
이분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누가 만화를 그리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분들은 마음을 굳게 먹어야 만화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리라. 하지만 만화가가 되겠다는 사람 중 어설프게 결심하고 뛰어드는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그들도 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썼을 테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을 거다. 그리고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하고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직업은 만화가 뿐은 아니다. 식당을 하는 내 친구가 새벽 다섯시에 포천까지 가서 좋은 고기를 담아온다고 말할 때,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친구가 새벽 여섯시면 나갔다가 밤 열한시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해줄 때, 난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러니 이 시리즈가 기획 취지대로 ‘적성에 맞고 좋아할 만한 직업을 찾는 데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면, 어렵다는 내용보단 그 와중에 얻는 보람을 더 많이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다음 구절처럼 말이다.
“<럭키 짱>을 그리면서 지금 내가 있는 안양의 빌딩을 소유하게 됐다. 한참 만화만 그릴 때는 몇 달만 통장 정리를 안해도 통장에 아파트 한 채 값이 쌓였다. 모 출판사 사장 한분은 내 앞에 돈자루를 들어 보이며 ‘이게 다 김성모 선생님이 번 돈입니다’ 하기도 했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 재미있게 읽혔으며, 책 구석구석에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보인다. 내가 만화와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이라 그렇지, 만화를 좀 보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거다. 만화가의 삶을 알게 된 것 이외에 만화 전문기자나 평론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평소 잘 모르던 스토리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도 ‘부키’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면 별반 망설임 없이 책을 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