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평점 :
소설이 아닌, 대중을 상대로 지식을 설파하는 책인 경우 좋은 책의 기준을 난 이렇게 잡는다. 첫째, 모르던 걸 알려줘야 한다. 둘째,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을 바꿀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재미있어야 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좋은 책이다.
먼저 모르던 걸 알게 된 부분. 스키너는 무척 유명한 심리학자건만, 난 그런 사람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이름만 보고 애프터쉐이브랑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B학점을 받아야 할 학생에게 A학점을 주는 등 긍정적 강화를 해주면 더 우수한 성취를 거두게 된다는 스키너의 이론은 현대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적용되고 있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개가 단순히 종소리에 침만 흘린 반면 스키너의 동물들은 피아노 같은 고난이도 행동도 수행했다니, 보상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만하다. 그밖에 한 여성이 35분에 걸쳐 강간. 살해당하는 동안 38명의 목격자가 그걸 보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침묵하는 게 가능한 이유가 뭔지, 아우슈비츠 학살을 자행한 나치의 하수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책에서 소개한 흥미로운 실험들을 알아 가면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기존 생각을 바꾼 부분. 난 마약에 노출되면 누구나 중독에 걸리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중독이 되는 사람은 그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단다. 그건 열악한 환경 탓도 있는지라, 쥐통에서 키운 쥐와 거의 호텔처럼 지어놓은 시설에서 기른 쥐에 마약을 투여했을 때, 후자의 쥐는 별반 마약을 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마약에 대해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이유가 내 모범생의식 때문이 아닌, 내가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답은 다른 데 있다. 이삼일에 한번은 반드시 술을 마셔주는데, 마약 생각이 나겠는가. 잔인하고 무식한 방법으로 알고 있던 뇌절제 수술이 사실은 한번쯤 고려해 볼 괜찮은 치료일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을 읽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으리라.
전문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책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이 책은 여느 책들과 차원을 달리하는 멋진 책이었다. 한고개 한고개를 넘어가면 갈수록 읽을 부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책,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어느 미녀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