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란 제목을 보는 순간, 딱 내 타입이다 싶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직감이란 건 맞을 때가 더 많은 법, 난 영화 내내 넋을 잃고 TV 앞에 앉아 있었다.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어머나 저럴 수가!”를 연발하면서.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사랑이란 건 사람으로 하여금 평소답지 않은 일을 하게끔 만든다.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유부초밥 7인분을 싸는 것도, 무리인 줄 알면서도 애인에게 줄 반지를 사면서 비싼 값을 치루는 것도 다 사랑의 산물이다. 물론 사랑이 언제나 좋은 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다. 헬렌 때문에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다는 건 과장이겠지만, 변심한 애인의 집에 불을 지르거나, 스토킹을 하면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 역시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의 발로일 수 있다. 자신의 사랑을 위해 남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지만, 그런 것 역시 사랑의 한 속성인지라 밉게만 바라볼 수 없다.




이번주는 내게 죽음의 주였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마셨고, 출장까지 갔다오느라 거의 쉬지를 못했다. 토요일인 오늘도 큰 술약속이 있었는데, 그 약속이 다음주로 미뤄졌다는 전화를 받고 내가 얼마나 기뻤을지 상상이 가는가? 점심, 저녁도 거른 채 난 누가 깨워도 모를만큼 깊은 잠을 잤으며, 10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푹 쉬긴 했지만 아무것도 안한 걸 허무하게 생각하던 터였는데, 밤 12시부터 본 이 영화 덕분에 오늘 하루가 보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작년 가을에 개봉했다는데 도대체 난 이 영화를 안보고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왜 내게 “딱 니 타입”이라며 이 영화를 권하는 지인이 한명도 없었을까. 케이블 회사에서 캐치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유료로 바뀐 뒤 해지를 못했었는데, 안그러길 잘했다.


*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는 알고보니 <블랙호크 다운>에 나왔던 배우고, 환상의 여인인 리사 역은 <트로이>에서 헬렌으로 나왔던 배우, 어쩐지 낯이 익다 싶었다.

 

 ** 영화의 원제는 ‘obsessed’다. 강박장애가 영어로 ‘obsessive-compulsive disorder'기에 obsess의 뜻이 강박 비슷한 건 줄 알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까 괴롭히다는 뜻도 있다. 그러고보니 사랑은, 어느 정도는, 괴롭힘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春) 2006-03-2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캐치온 저희집 안 나와요.

다락방 2006-03-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었어요. 리사 말고 '또 하나의 리사'를 맡았던 배우는 트로이에서 브리세이스 역을 맡았던 배우예요 :)

마태우스 2006-03-2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사실 저도 돈이 좀 아까웠는데요....이 영화로 본전 뺀 느낌입니다
다락방님/아아 그 사람도 트로이에 나왔군요. 영화가 참 재미있는데도 홍보가 안되서인지 제가 안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