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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영화 개봉에 맞춰서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사실 제인 오스틴의 명성은 하도 많이 들어서 한번 읽어야겠다는 마음의 빚이 있긴 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첫장부터 책에 빠져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인생 경험이 워낙 풍부해서 그런지 30페이지쯤 읽고나니 누가 누구랑 연결될지 뻔히 예측이 되었고, 그래서 반전의 묘미도, 결말에 다다랐을 때의 감동도 별로 없었다. 싫게 보이는 사람이 알고보니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과 결국 잘되는 것, 이건 과거 유행하던 하이틴 로맨스에 숱하게 등장하는 스토리다. 문학적 내공이 얕은 탓이겠지만, 난 이 책이 왜 그렇게 위대한 책으로 칭송되는지 알 수가 없다. 당시 사회상을 잘 그려내서 그런 걸까? 명작과 그렇지 않은 책의 차이는 도대체 뭘까?
베넷은 베넷 부인의 미모에 빠져서 결혼을 했는데, 알고보니 베넷 부인이 미모만 있을 뿐 교양 같은 건 하나도 없는 사람, 그래서 그는 인생 대부분을 한숨만 쉬며 보낸다. 그들에게는 다섯 딸이 있는데, 면면은 다음과 같다.
첫째딸. 가장 미모가 뛰어나다. 이런 사람에게 ‘제인’이란 이름을 붙인 제인 오스틴의 센스가 돋보인다. 미모임에도 아주 착하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름의 교양을 갖춘 인물.
둘째딸. 이 책의 주인공이다. 첫째보다는 못하지만 상당 수준의 미모와 교양을 갖고 있고, 남자가 돈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그 당시로선 보기드문 인물이다.
셋째딸. 우리나라 같으면 얼굴도 안보고 데려간다는 셋째딸은 이 책에서는 가장 미모가 처지는 사람이다. 그녀는 외모를 비관해 늘 방에서 독서 같은 것만 하고 지낸다. 그래서 난 나중에 셋째딸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생각 없는 건 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 독서를 헛했나?
넷째딸, 막내딸. 예쁜 딸 둘을 낳고 지쳤는지 이 둘도 미모는 별로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딸은 바지만 입었다면 가리지 않고 따라다닌다. 생각은 어찌나 없는지,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다.
정리를 하자면 아버지와 첫째, 둘째 딸이 한편, 어머니와 넷째, 다섯째가 또 한편을 이룬다. (셋째딸은 왕따). 이야기의 한 축은 이 두 편간의 갈등, 어머니 편의 구성원들은 책의 마지막까지 개과천선 하는 법 없이 헛소리만 하고, 아버지 편에서는 반대편을 측은하게 바라볼 뿐, 그 둘간에는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잘되는 건-즉 돈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건 큰딸과 둘째딸이니 ‘권선징악’의 교훈이 저자를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가 중점을 둔 건 도대체 뭘까? 미모? 아니면 교양? 이 책만 읽어서는 알 수가 없다. 교양이 없는 넷째, 다섯째가 미모가 뛰어나고, 교양으로 뭉친 첫째 둘째는 미모가 별로라는 설정을 했다면 저자가 뭘 말하려는지 잘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런 경우엔 내가 주인공인 둘째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