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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본능 -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며 현실을 부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아지트 바르키 & 대니 브라워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부키>라는 출판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경제학자 장하준이 쓴 <사다리걷어차기>의 리뷰를 쓰고 난 뒤부터였다.
그 당시 난 장하준 선생이 내 누나랑 선을 본 얘기로 리뷰를 채웠는데
그걸 눈여겨 본 모양이다.
그 뒤 부키에선 시시때때로 책을 보내준다.
그 중 하나가 작년에 나온 <부정본능>이었다.
좋은 책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인식의 지평을 넓게 해주는 책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이 가독성까지 뛰어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내게 새로운 시각을 던져준다면 그 자체로 만족하려 한다.
<부정본능>은 “왜 인간만이 고도의 문명을 건설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다른 동물들에서는 지능의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인간에서만 그게 가능했던 이유, 정말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에서 제시한 해답은 필멸성의 부정,
즉 인간은 스스로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평소 그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려는 방어기제를 개발한 덕분에
고도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단다.
그런 방어기제가 없는 동물은 자신이 죽는다는 것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고,
죽을 게 무서워 아무 것도 안하려 하지만,
사람은 그걸 인식하지 않기에 암벽등반처럼 위험한 일도 할 수 있다는 것.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50년 후의 자기 모습을 생각하고,
퇴직금을 일시불이 아닌 연금으로 받는 선택을 한다.
이런 선택들이 바로 우리가 지구를 제패한 이유라니 정말 탁월한 분석이 아닌가!
탁월한 식견을 제시해주긴 하지만,
책은 빨리 읽히진 않는다.
번역문제가 아니라 원래 책 자체가 아주 친절하지 않은 탓인 듯한데,
그렇더라도 이 책을 읽고난 뒤 한동안 숨겨진 진리를 알아낸 기분이 들어 우쭐했었다.
이 책에 정말 고마워할 점은
엊그제 보낸 경향칼럼 1회분을 이 책으로 채웠다는 것.
탁월한 식견은 응용의 여지를 많이 남긴다는 걸 이 책 덕분에 배웠다.
숨겨진 진리가 궁금하신 분들, 부정본능에 도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