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 다윈 의학의 새로운 세계
랜덜프 네스.조지 윌리엄즈 지음, 최재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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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리뷰 50개 중 별 다섯을 준 책을 세어보니까 무려 22권이나 된다. 44%가 별 다섯이라면 내 별점은 좀 후한 편인 것 같지만, 그게 다 양서만을 읽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변명해 본다. 네스와 윌리엄즈가 쓴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라는 책은 별 다섯 개를 주는 게 미안할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책이 내 전공 분야와 연관된 거라 더욱 재미있었을 테지만, 안그런 분이 읽는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왜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지 않았는가를 밝히는 게 이 책의 주제인데,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워낙 방대하고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워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다. 저자는 말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건, 감염에 맞서 싸우려고 자연선택에 의해 특이적으로 형성된 하나의 적응이라고. 그러니 열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일은 감염을 연장시켜 “사람들을 더 아프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해열제를 쓰지 말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열을 내려서 얻는 이득과 손해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신중한 의견을 제시하는데, 마지막 장까지 발휘되는 신중함은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다. 진화라는 것이 최상의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은 내게 깨달음을 주었고, 알러지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이유 역시 무릎을 치게 만들만큼 흥미로운 것이었다.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을 대상으로 기생충 박멸을 시켰더니 알러지 환자의 비율이 3%에서 15%로 늘었다는 사실은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내게 또다른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질병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저자가 든 다른 세가지 이유에도 다 공감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네 번째 이유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인간만이 자연선택에 적응하여 스스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종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거의 유일한 생명체고, 지구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온 나같은 사람에게 이 말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어느 페이지를 펴도 주옥같은 말들이 나열되어 있는 책을 읽고나면 머리 속이 꽉 찬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데, 굶주림에 허덕이던 스페인에서 이 책은 내게 특히 많은 위안을 주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고 나면 드는 느낌, “함부로 책 같은 걸 쓰지 말자. 당분간은 숨어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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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2-1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더 끌리던데...

  뭐, 그냥 그렇다구요. ^^


마태우스 2006-02-1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하루님, 그런 책도 있군요. 엔도님 리뷰를 보니까 좋게 써놓으셨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라주미힌 2006-02-1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병에 걸리고, 늙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우리는 '자연'이잖아요.. 거스를수록 거추장스러운 삶... 그게 또 인간의 삶.

2006-02-18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6-02-1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품절인 줄 알았으면 추천하지 않았을 것을!!! 꺼이꺼이. 흥흥. ^.^

딸기 2006-02-18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보관함에 넣으려고 봤더니 품절이자나요!

마태우스 2006-02-19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맞다...이거만 교봉에서 따로 주문했었네요 제가.
검둥개님/죄송합니다. 흑...
속삭이신 분/제가 원래 만화책은 잘 안보는 편이어요. 하지만 이번에 만화책도 하나 포함하려고 계획 중이었어요. 그래서 헬로우 블랙잭 그걸로 하려고 했는데, 신이치 이것도 재미있나요? 꼭 답변 해주시길!!
라주미힌님/님의 높은 경지야 제가 어찌 감히 헤아리겠습니까 늘 감사드립니다.

2006-02-19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