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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공감 - 사람, 관계, 세상에 관한 단상들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칼럼을 묶어서 책을 낸다는 건 어찌 보면 성의없게 보일 수도 있다. <삼색공감>은 명저 <사람 vs 사람>의 저자 정혜신이 몇 년간 쓴 글들을 모아서 낸 책, 하지만 난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은 과거 얘기-심지어 2002년 대선 때 일까지-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정신과적 지식에 기초한 분석력과 저자의 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이 책에 흠뻑 빠져들어 버린 것.
그중 한 대목. 국회의원 7명이 불우이웃을 도왔다는 선행이 신문에 소개되었단다. 주인공은 바로 김영삼 씨. 그에게 3천만원을 1차로 건낸 국회의원은 “마음이 찡할 정도”라고 했단다.
“YS가 대통령 시절 월급의 95%를 연금으로 받고 있고 국고 지원으로 비서관을 3명까지 둘 수 있지만 비서관 7명에 가정부, 운전기사, 주방장까지 고용하고 있어 돈이 많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해프닝을 이렇게 비유한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참고서에 등장했던 전설적인 예문 하나가 연상될 것이다. “우리집은 가난하다. 가정부도 가난하고 정원사도 가난하고, 운전기사도 가난하다.”(143쪽)]
툭하면 ‘고뇌에 찬 결단’ 운운하는 정치인에게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상식에서 벗어나 자기 설득이 쉽지 않은 일일수록 고뇌의 무게를 강조하는 목소리는 자꾸 높아진다. 헤드폰을 낀 채 말을 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상대방의 청취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자기 목소리가 안들리니까 그런 것과 같은 원리다.(223쪽)”
하지만 이 책에서 두가지 이해 안가는 대목이 있었다. 첫 번째는 노무현에 대한 편향으로, 검사와의 대화 자리에서 화를 낸 걸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화내는 것은 능력”이라고 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거야 뭐, 사람이란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두 번째, 82쪽에 실린 글의 앞부분을 저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눈을 감은 채 여자친구와 입을 맞추던 남자가 슬며시 눈을 떴더니 여자가 입맞춤을 하면서 동그렇게 눈을 뜨고 자기를 바라보고 있더란다. 놀란 남자는 입을 떼었고, 결국 여자친구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뭐 그런 놈이 있나 싶었는데, 저자는 이런 말로 그 남자를 옹호한다.
“그렇지 않아도 될 순간에조차 각성상태에 돌입해 있는 사람을 보는 일은 불편하다.”
아니 키스할 때 눈 좀 떴다고 절교를 한다면 그놈이야말로 이상한 놈이 아닌가. 그러는 자기도 눈을 떴으니 그걸 알았으면서. 물론 그 글은 정신적 혼미 상태에 있는 주성영 의원을 비판한 것이지만, 그답지 않게 앞에서 든 예가 적절치 않아 읽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혜신은 참 괜찮은 작가이며, 소수자에게 주로 향해있는 그의 시선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난 5년간 벌어진 일을 정리하고픈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