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놈들 전성시대 - 우석훈의 대한민국 정치유산 답사기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잡놈들 전성시대>라는 제목을 본 순간 


현 집권층을 신나게 까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은 내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특별한 사건이 나오지 않았고, 같은 말이 여러 번 반복돼 지루하기까지 했다.


‘저자로 데뷔한 지 올해 10년이고 박사 20년차’라는 구절이 대표적인데,


그럼에도 계속 책을 읽은 이유는 저자가 우석훈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읽은 <불황 10년>과 <솔로계급의 경제학> 모두 내게 큰 가르침을 준 책이니


이 책 역시 뭔가 있겠지 싶었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안 건 131쪽을 읽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에서 계절이 세 번 바뀔 동안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민련의 현실을 기술한 게 131쪽부터의 내용이었다.


저자는 정당을 프로야구단에 비유한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지만, 팀이 최상의 성적을 내도록 돕는 게 프런트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팀에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 외국인선수는 누굴 뽑아야 할지,


감독과 코치는 어떤 사람이 적합한지, 2군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프런트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100년이 넘도록 우승을 못한 시카고 커브스가 큰 대가를 치르면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천재단장 테오 엡스타인을 스카우트한 건


프런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저자는 새민련과 새누리 사이의 차이가 이 프런트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새누리당은 공채로 사람들을 채용하여 공무원처럼 일할 수 있게 한다...


누가 당대표가 되든, 누가 권한을 갖든 상관없으니 흔들리거나 요동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시간과 지식이 연륜에 따라 축적되면 당직자들은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136쪽)


즉 “(새누리당은) 99명의 프런트 전체를 정예로 구성해 놓고 리그에 참가하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정예’라고 표현하는 것은, 일단 월급을 많이 주고, 부당한 이유로 해고되거나 핍박받는 일이


없다는 말이다.” (139쪽)



반면 새민련은 어떨까?


[아직 기본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신임 당대표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니 당내 주요 선거가 있으면 일단 줄을 잘 서야 한다..


중립의무 같은 규약을 만들기는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136쪽)]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새민련의 경우) 상대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선발투수로 올라가면 


프런트의 절반이 손을 놓는다


게임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잘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극단적으로는 차라리 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다.” (139쪽)


새민련의 지리멸렬이 프런트의 문제라니, 이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런트 정비와 더불어 ‘잡놈들의 전성시대’가 되지 않기 위해 저자가 부탁하는 건


바로 ‘정당강화’다. 


세월호 특별법에 서명한 사람은 600만명이다. 만약 그들이 서명한 서명지가


입당원서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287쪽)


만일 그랬다면 서명자는 1만분의 1로 줄지 않았을까 싶지만, 저자는 다음 말로 날 설득시킨다.


아마 세월호 특별법은 물론 그 이후 세월호와 관련된 후속조치가 지금과는 현저히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288쪽)


왜 그럴까?


이 600만 당원은 세월호 문제만 푸는 것이 아니라 정책 방향도 만들고, 심지어 대통령도 만들 수 있는 숫자다.” (289쪽)


당원이 되기 위해 사람들이 치러야 할 댓가는 월 1,000원의 당비,


이것이 모이고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단다.


나를 비롯해서 새민련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그 정당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저자의 이 방법이 영원히 계속될지 모를 ‘잡놈들의 시대’를 끝낼


가장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이 책이 좀 더 많이 읽히고, 여기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됐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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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6-01-0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앞부분만 좀 읽다가 덮은 책이네요. 131쪽까지 읽지 못해서 그랬나봐요. 세월호 특별법엔 당장 서명하지만 입당원서라면 저도 고민을 했을것같아요. 하지만 그게 잡놈들의 전성시대를 끝낼 방법이라면 뭐라도 하고 싶어요.
아! 그리고 알라디너들의 제보로 벙커1 특강에서 제 얘기 하신 거 들었어요 ㅎㅎㅎ
그렇게 허락없이 제 얘기 하시면........

너무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ㅎㅎ

보슬비 2016-01-0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은 월 3000원 내고 있어요. ㅎㅎ

마태우스 2016-01-06 23:39   좋아요 0 | URL
오옷...멋지십니다. 뭔가 하는 분들과 저처럼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은 많이 다른 거죠!

순오기 2016-01-0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당히 설득력 있는데요~ 마태님이 권하시니 읽어보렵니다!!^^
새민련-이제는 더민주당~~
나갈 사람 나가고 표창원님 같은 역할을 하는 프런트라면 기대가 되죠!!
저는 오마이뉴스가 2만명이 되면 종편 TV를 만들수 있대서 응원합니다.
월1만원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아자아자!!

마태우스 2016-01-06 23:4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녕하세요 올해도 님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님은 여러 가지로 실천하고 계시군요.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