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 - 촌철살인한 영화.시사 코드와 전문 OST 분석
차양현 외 지음, 서용남 그림 / 성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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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주제로 한 책이 제법 많이 나오는데,

최근에 읽은 책이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영화 이야기 딴지영진공>이다.

개인적으론 이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무 긴데다, 지나치게 설명적이다. 

게다가 딴지영진공이라니, B급을 표방하는 딴지일보의 한 파트라는 걸 밝히면

책 판매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제목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제목 때문에 묻히기엔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다.

영화의 고수들이 모여 팟캐스트로 방송한 것들을 책으로 낸 건데,

글 한편 한편이 전문가의 식견이 물씬 담겨있는 수작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영화를 얘기하면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주는 것인데,

이 책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가지고 반대편을 종북으로 모는 우리 사회를 탄식하고,

<괴물>을 얘기하면서 세월호를 오버랩시킨다.

물론 ‘딴지’의 정신은 죽지 않아, 글 곳곳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유머가 가득한데,

그 유머가 나같은 사람에겐 딱이다. 예를 들어 우베 볼이란 감독이 만든 <블러드레인>에 대한 평.

[<블러드레인>은 (터미네이터 3에 나왔던) 크리스타나 로겐의 떡신을 볼 수 있다는 것말고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영화로, 그마저도 존나 짧다. 전편에 흐르는 똥칠의 정도로 봤을 때 떡신이 적어도 30분은 되어야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인데 10초도 안돼서...그래서 이 영화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140쪽)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이 시대의 거장: 심형래 편>이었다.

그 유명한 <디워> 논란이 있었을 때, 부끄럽게도 난 평론가보단 심형래 편에 섰었다.

심지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이 정도면 재미있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글에 의하면 심형래는 영화를 만들고 띄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스킬을 이용한다.

‘추억팔이--> 선구자의 고행-->즙짜기-->위대한 도전자’의 4단계인데,

이 중 내가 넘어간 부분은 2단계와 4단계였다.

즉 심형래가 고초를 겪는 게 그가 정통 영화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말에 격하게 동의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리우드에 진출해 블록버스터들과 맞짱을 뜨려는 그의 포부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사 직원들의 임금조차 주지 않으면서 자신은 “정선 강원랜드의 A급 고객”인데,

책에 의하면 “거기선 몇십 억 정도 쓴 걸로 A급 고객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적어도 몇백 억 정도는 돼야 한다” (156쪽)인데,

“투자금 명목으로 모아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써버린 돈 120억원의 행방”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그는 재기를 꿈꾸고 있단다.

“<디워>를 3D로 컨버팅해서 100개 나라에 팔겠다” “<디워>에 들어있는 아리랑을 알려서 중국의 동북아공정을 막아보겠다”고 떠들고 다닌다는데,

사람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 마련이며, 

<용가리>와 <디워>로 두 번이나 속은 우리 국민들이 또 넘어갈 것 같진 않지만,

2007년 12월의 잘못된 선택에도 불구하고 5년 후 같은 선택을 한 걸 보면 심형래의 재기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리라. 

한번쯤 극장에서 봤거나 아니면 들어는 본 영화를 가지고 하는 얘기라 가슴에 더 와닿는 책,

<딴지영진공>과 함께 황사를 이겨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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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12 2015-03-1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캐스트 참 재미있게 듣고 있는대 다음 주에 나오신다는 이야기 듣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마태우스 2015-03-15 18:12   좋아요 1 | URL
앗 그게 공지됐군요! 부끄럽습니다. 열심히 하겟습니다

블랙겟타 2015-03-1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팟캐스트는 쭉 들어왔지만 책으로 살지 망설이고 있었는데.. 마태우스님때문에 지름니다. ㅎㅎㅎ

마태우스 2015-03-22 01:08   좋아요 1 | URL
팟캐스트 재미있게 들으셨다면 책도 재미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