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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
서재영 지음 / 부키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12시 회의가 어쩐 일인지 취소되었다. 회의에 늘 회의를 느끼는지라 잘되었다 싶었다. 갑자기 생긴 한시간의 자유를 만끽하며, 사발면에 밥을 말아먹고 리뷰를 한편 쓴다.
<진다방 미스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라는 제목이 생경하게 느껴졌듯이,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좀 어리둥절했다. 인터넷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신변잡기 아닌가. 이보다 더 못한 책을 여러권 냈던 나지만, 그래도 독자의 입장이 되면 이렇게 입에 거품을 문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게 아니었다. 난 곧 저자에게 동화되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 구절들에서 찾을 수 있다.
-막걸리를 사들고 우리집에 왔다...술이 떨어져 소주 댓병을 찾는데 친구의 휴대폰이 울린다. “야, 이거 동네회관에서 빨리 오라는데?” 개 한 마리를 삶아놓고 재미나게 놀고 있다는 거다.... (거기 갔다가) 잠시 후 읍내에서 숭어회와 댓병 소주가 배달되어 또 술을 마셨다(42쪽)
-단주 운운 이후에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그동안 어머니 생신이 있었고, 중형께서 방문하셨으며...(48쪽)
-비, 참말 지겹게도 내립니다 그려. 아이를 재우고 다꾸앙을 안주로 소주를 한병 마셨습니다(169쪽)
-저녁때부터 머릿속에 소주 한병이 떠올라... 아내가 어머니를 위해 끓여 놓은 어묵국이 내겐 술안주로 여겨져서 였으리라 (256쪽)
이 책의 화두는 물론 저자의 농촌생활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이지만, 난 저자가 술을 마시는 것에 훨씬 더 관심이 갔다. 나도 열심히 마시는 편이지만, 저자에게 술은 생활 그 자체였다. 저자는 점심이고 저녁이고 가릴 것 없이 술을 마셨고, 그걸 구수한 문체로 기술한 게 바로 이 책이었다. 술일기라는 어줍잖은 글들을 써내려가는 와중에 만난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술일기는 이렇게 쓰는 거야!”라고.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마음이 짠해지면서 책을 다 읽고나니 백운산에 내려가 저자와 술한잔 하고픈 생각이 든다. 기술된 주량으로 보건대 내가 감히 대적할 상대는 아니라해도, 저자와 삼겹살을 앞에놓고 들이키는 소주가 징하게 맛있을 것 같아서다. 다행히도 저자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인터넷 사이트와 이메일 주소를 친절하게 써 놓았다. ‘저도 술에 뜻을 둔 사람입니다’라고 이메일을 보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