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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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님(이하 존칭생략)이 소설책을 냈다.

설마 우리가 아는 그 김경?

패션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톡톡 튀는 글로 사람들 마음을 후련하게 해줬던 그분?

맞다. 바로 그 김경.

네이버에서 김경을 검색하면 여러 명이 뜨지만,

내가 아는 그분을 제외하면 다 가짜 김경이다.

김경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나 역시 내가 김경의 팬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다른 팬들이 부러워할 일이겠지만, 난 김경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삶에서 잊지 못할 50대 장면에 포함된 그 만남은

경향 필진의 밤이라고, 경향 측에서 자기 신문에 글을 쓰는 필진들을 초청했을 때 극적으로 성사됐다.

연말인데다 집이 천안이라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고,

자리배치 결과 왼쪽과 오른쪽은 물론이고 테이블 전체에 아는 이가 없어 온 걸 후회하며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건너편 테이블에 김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난 뒤 갑자기 온 보람이 생겼다.

김경은 티 안나게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광채를 본다.

그 뒤부터 난 이제나 저제나 인사할 기회만 엿봤지만,

나 역시 숫기가 없는 인간이라 자리가 파할 무렵에야 겨우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김경에게 다가가 ..팬이어요.”라고 한 것.

김경은 토끼같은 표정으로 누구신지요?”라고 했지만,

난 좋아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눠서 기쁜 마음이 더 컸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기칼럼 연재하는 나를 모르다니! 너무해요!”라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첫 소설책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를 냈다.

인터뷰집과 에세이 부문에서 탁월한 글솜씨를 발휘했던 김경인지라

소설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경의 소설은 김경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글에서 기대하는 발랄함이 주인공들을 통해서 철저하게 구현이 됐으니까.

김경 자신의 자전적 소설로 추측되는 이 책의 소득은

저자가 글과 삶을 일치시키는, 그런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다짜고짜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전 애인을 동원해 그 남자에게 달라붙는 다른 여자들을 처리하는 주인공이라니,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김경 자신의 분신인 주인공 김영희는 회사를 그만둘 때 이런 사직서를 쓰려고 했다.

 

[사 직 서

 

지겨워서 그만둡니다.


2011923

김영희]

 

하지만 김영희는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끓어오르는 게 내 안에 남아 있어서 또 다시 편지를”(235) 쓴다.

그냥 한줄로 보내는 게 더 김경다운데라며 아쉬워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무려 15페이지에 걸쳐 전개되는 그 편지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음미하며 읽다보면 저자가 왜 굳이 이 편지를 책에 집어넣었는지 깨닫게 된다.

242쪽을 읽다가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그 후 책을 잠시 접고 파안대소를 할 수 있게 만든 저자를 향해 감사인사를 드렸다.

주인공의 행적대로 강원도 평창에서 집을 짓고 화가 남편과 살고 있다는 김경,

그로 인해 평창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별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김경을 잠시라도 좋아했다면, 이 책과 함께 우주로 나가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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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경향신문에서 김경의 칼럼을 읽고 마태우스님의 이 리뷰를 떠올렸어요. 저는 김경을 잘 모르고 그러므로 팬도 아니었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마태우스 2014-11-17 02:16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님 덕분에 무플방지 했어요..>! 감사. 제가 잘해야 하는데, 요즘 사정이 많이 어렵습니다 흑흑.

노란곰 2014-11-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를 보고는 (물론 제목때문에 엄청 고민하다 하이드님 리뷰보고 읽었어요) 김경의 글은 무조건 읽게 됐어요. 역시 마태우스 님도 팬이 되셨군요.

제 맘 속에 담고 있는 사직서의 문구는,

˝너 때문에 그만둡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던지고 덩실덩실 춤추며 나오려구요. 아ㅡ

마태우스 2014-11-21 12:5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노란곰님 전 아직 패배자 그 책을 안읽었는데요 좋은 책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경향 칼럼들과 김경님의 인터뷰집에 반해서 팬이 됐는데요 아직 부족한 팬이군요 제가 ㅠㅠ 글구 너 때문에 그만둔다, 이것도 멋진 사직서네요.^^ 그래도 웬만하면 그만두심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