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애호가로서 전자책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로 <내 심장을 쏴라>를 전자책으로 보면서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을 느꼈고,
그 뒤로 “앞으로 내 생애에서 전자책은 없다”는 선언을 혼자 하기도 했다.
독서 관련 강의를 할 때도 입에 거품을 물고 전자책을 욕했었다.
“전자책 하다보면 심심해서 인터넷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면 ‘걸스데이 볼륨감 환상’ 어쩌고 하는 기사제목에 눈이 끌리고,
일단 클릭하고 나면 책을 계속 읽고픈 마음은 사라지는 거죠.“
얼마 전 제주도에서 열린 사립대학 도서관협회 행사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우리나라 모든 게 다 연줄이듯이,
내가 강의를 하게 된 비결은 우리 학교 교수이자 고교 선배가 그 협회 회장인 게 결정적이었다.
강의장에 가서 놀란 것이, 강의장 밖에 수많은 부스가 있었는데
거기선 다 전자책을 홍보하고 있었다.
거기 있는 전자책 뷰어들은 화면도 크고, 책을 보고 싶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앞으로 십년도 채 지나기 전에 전자책이 대세가 되겠구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책 한권을 보면서 두통을 느꼈다고 하지만,
사실 학술논문을 찾아서 볼 때 전자저널로 다운을 받아 컴퓨터로 보게 된 지는 벌써 몇 년이다.
논문은 보면서 그와 비슷한 집중력을 요하는 소설책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게,
혹시 내 편견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하는 반성도 됐다.
게다가 종이책은 어디다 뒀는지 한참을 찾아야 하지만
전자책은 원하면 언제든 찾아볼 수 있잖은가?
스마트폰도 작년 8월에야 살 정도로 첨단에 늦은 나지만,
전자책만은 한번 앞서가볼까 하는 음험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긴 해도 종이책 애호가로서 전자책이 점점 범람하는 현실은 슬프다.
그리고 전자책이 아무리 편해도, 휴대가 간편하고 언제라도 펴 볼 수 있는 종이책을 따라갈 수는 없을 테고,
그 종이책을 통해 온갖 기쁨과 슬픔을 경험한 만큼
종이책의 시대가 끝난다는 건 씁쓸한 일일 터였다.
몇 년 후의 내 모습이 갑자기 궁금하다.
지하철이나 기차 안에서 난 과연 뭘 들고 있을까?
알라딘에서도 부스를 만들었기에 반가워서 한 장.
그런데 "저 알라딘 애호가에요. 마태우스라는 필명을 쓰고 있어요"라고 했지만
담당자가 날 모른다 -.-
알라딘의 레전드라고 맨날 자랑하곤 했는데 ㅠㅠ
회장님도 같이 있는데 무지 뻘쭘했다.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