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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왜 갑자기 <이방인> 열풍이 불었는지 모르겠다만,
내가 민음사에서 나온 <이방인>을 구매한 것은 그 책이 서재블로거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순위에 없었다면 읽고 싶은 마음도 없었을테니,
내가 산 것은 순전히 충동구매였다.
게다가 난 한번 읽은 책은 여간해서는 두 번 읽지 않는 습성을 갖고 있는데,
이는 책읽기를 워낙 늦게 시작해서-30살에!-그럴 만한 겨를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방인>은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된 것들 중 보기 드물게 읽었던 작품이다.
대학 때 이 책이 독서토론의 주제였기에 정말 억지로 읽었는데,
번역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삼중당문고 거라 읽는 게 그리 편하진 않았다.
지금 민음사 전집처럼 나왔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테지만,
그때는 그런 호사를 누릴만한 시대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이 책에서 기억나는 것은 주인공 뫼르소가 햇빛 때문에 다른 사람을 죽였다는 게 유일했다.
다시 만난 이방인은 참 반가웠다.
카뮈의 부조리에 대해 이해하는 건 여전히 어려웠지만,
옛날에는 이 책을 사투 끝에 읽었다면 지금은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차이점이었다.
20년 이상 쌓인 삶의 경험은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줬는데,
재산을 노리고 부모를 죽이는 사람도 있는 판에 어머니의 장례식 때 슬퍼하지 않는 뫼르소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뫼르소가 그 아랍인을 죽이는 상황도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좀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는데,
<이방인>이 136페이지에서 그만 끝이 나버렸다는 점이었다.
그 나머지 부분은 죄다 이방인의 해설,
부조리에 대해 잘 모르는만큼 해설을 읽는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10-20페이지도 아니고 100페이지가 넘는 해설을 보고 있자니
“넌 남보다 독서를 늦게 시작했어! 그딴 거 보지 마!”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차원에서 난 이방인 읽기를 그만뒀고,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좋은 차를 훔쳐서 먼 여행을 떠나는 꿈을 꿨는데,
이건 이방인의 영향일까, 아니면 낮에 학교에서 봤던, 1억을 훨씬 넘는다던 ‘재규어’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