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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쇼크
한스 울리히 그림 외 지음, 도현정 옮김, 유태우 감수 / 21세기북스 / 2005년 2월
평점 :
품절
사회가 한쪽 방향으로 달려갈 때 과감히 그게 아니라고 하는 책, 난 그런 책을 좋아한다. 더욱이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이 거짓 정보에 속은 경우라면. <비타민 쇼크> 역시 그런 책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비타민이 한창 뜨고 있다. 레모나 정도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 한마디는 됨직한 비타민을 하루 몇알씩 먹는 메가도스 요법이 건강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오죽하면 <비타민>이라는 건강프로까지 생겼겠는가.
비타민의 찬양자인 라이너스 폴링은 하루 12g씩 비타민을 먹었고, 결국 93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장수한 원인을 비타민에서 찾는 것은 그리 현명한 생각이 못된다. B형 간염의 항체를 만들어낸 김정룡 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주당이었지만, 70을 훨씬 넘긴 요즘도 건강하시다. 그렇다고 알콜이 건강의 지름길일까? 비타민을 먹어도 아플 사람은 아픈 법,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하루 세끼 제대로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비타민이 결핍되었다는 괜한 공포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거다. 게다가 우리 몸은 뭔가가 부족하면 이상신호를 보내는지라, 수분이 부족하면 갈증이 나고, 임신을 해서 비타민이 부족해지면 신 것이 먹고 싶어진다. 괜한 비타민 과용은 대변, 소변으로 비타민을 빠져나가게 할 뿐이며, 그렇게 빠져나간 비타민들이 물고기의 갱년기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이건 물론 뻥이다^^).
CF를 보니 토마토와 비타민 제재를 놓고 후자가 훨씬 더 몸에 좋은 것처럼 선전을 한다. 이거야말로 웃기는 소리다. 비타민은 다른 물질과 같이 작용해야 효과를 내는 것이며, 토마토에는 그런 물질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반면 박테리아를 이용해 합성된 비타민들은 그 자체로는 별 효과가 없고,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민을 먹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의심을 해봐야 한다. 비타민 회사의 로비에 넘어갔거나 처가가 비타민 회사를 운영하지 않는지.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비타민을 과량으로 먹는다면 늘어나는 건 우리 수명이 아닌, 비타민 회사의 수익일 뿐이다.
책의 단점 몇가지만 지적한다. <비타민 쇼크>라는 제목과 표지의 강렬한 빨간색은 마음에 든다. 그런데 책 뒤의 부록을 제외하면 248쪽밖에 안되는 책을 양장본으로 만들어 만3천원이나 받아먹는 건 문제가 있다. 게다가 종이는 어찌나 두꺼운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두장 넘긴 게 아닌가 페이지를 확인해야 했다. 참고문헌이 하나도 없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지루하게 기술해 놓았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비타민 중독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 책이 많이 읽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책을 내게 선물해 주신 모해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