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테니스를 치는 게 무척이나 괴로웠다.
개폼으로 치다가 한계를 느껴 레슨을 시작했고,
3년 정도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거라고 상상했지만,
레슨을 받은 지 5년째가 된 지금은 폼이 완전히 망가져 공을 넘기지도 못할 정도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커서 고통스러웠던 게 그간의 세월이었기에
난 몇 차례나 은퇴를 했다가 그놈의 미련 때문에 번복을 하곤 했다.
그런 날 보면서 코치는 답답해한다.
“넌 충분히 잘 친다. 레슨할 때 다른 사람들도 너보고 잘 친다고 하지 않느냐?”
문제는 마음에 있었다.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실수할까 무서워 배운대로 치지 못하고
공만 넘기고 말겠다는 소극적인 마음으로 치다보니 이것도저것도 안됐던 것.
쉽게 말해서 내 마음 속에는 아주 소심한 쥐가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그 쥐가 나로 하여금 제대로 풀 스윙을 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였다.
술을 와장창 먹고 치면 테니스가 잘 됐던 것도
취하고 나면 보이는 게 없었기 때문.
그런데 오늘,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라켓을 마구 휘둘렀더니
갑자기 공이 잘 맞는다.
과거엔 조금 잘 맞았다 해도 “이러다 말겠지”라며 다시 소극적이 되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왜 갑자기 달라졌을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얼마 전부터 실험실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내 마음 속에 있던 소심한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어 버린 것.
내가 더 이상 쥐가 아니게 된 건 다 그 덕분이고,
그래서 난 오늘 아주 재미있게 테니스를 칠 수 있었다.
내가 잘 하니까 게임의 전체적인 수준도 올라가,
같이 치는 친구들도 모두 즐겁게 테니스를 쳤다.
이게 다 새로 영입한 고양이 톡소 덕분,
우연히 한 선행(난 선행이라고 생각한다)은 이렇게 뜻밖의 보상을 받는다.
추신: 그런데 톡소야, 로또도 어떻게 좀 안되겠니? 이번주도 또 떨어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