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테니스를 치는 게 무척이나 괴로웠다.

개폼으로 치다가 한계를 느껴 레슨을 시작했고,

3년 정도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거라고 상상했지만,

레슨을 받은 지 5년째가 된 지금은 폼이 완전히 망가져 공을 넘기지도 못할 정도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커서 고통스러웠던 게 그간의 세월이었기에

난 몇 차례나 은퇴를 했다가 그놈의 미련 때문에 번복을 하곤 했다.

 

그런 날 보면서 코치는 답답해한다.

넌 충분히 잘 친다. 레슨할 때 다른 사람들도 너보고 잘 친다고 하지 않느냐?”

문제는 마음에 있었다.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실수할까 무서워 배운대로 치지 못하고

공만 넘기고 말겠다는 소극적인 마음으로 치다보니 이것도저것도 안됐던 것.

쉽게 말해서 내 마음 속에는 아주 소심한 쥐가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그 쥐가 나로 하여금 제대로 풀 스윙을 하지 못하게 만든 이유였다.

술을 와장창 먹고 치면 테니스가 잘 됐던 것도

취하고 나면 보이는 게 없었기 때문.

 

그런데 오늘,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라켓을 마구 휘둘렀더니

갑자기 공이 잘 맞는다.

과거엔 조금 잘 맞았다 해도 이러다 말겠지라며 다시 소극적이 되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왜 갑자기 달라졌을지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얼마 전부터 실험실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내 마음 속에 있던 소심한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어 버린 것.

내가 더 이상 쥐가 아니게 된 건 다 그 덕분이고,

그래서 난 오늘 아주 재미있게 테니스를 칠 수 있었다.

내가 잘 하니까 게임의 전체적인 수준도 올라가,

같이 치는 친구들도 모두 즐겁게 테니스를 쳤다.

이게 다 새로 영입한 고양이 톡소 덕분,

우연히 한 선행(난 선행이라고 생각한다)은 이렇게 뜻밖의 보상을 받는다.

 

추신: 그런데 톡소야, 로또도 어떻게 좀 안되겠니? 이번주도 또 떨어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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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14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로또는 유기돼지를 하나 키워보셔야 할지도...

하이드 2013-01-14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흔한 패턴인데요, 좋은일 해줬다, 생각하며 시작하는데, 알고보면 고양님이 나에게 좋은일을 해준거라는걸 깨닫게 되는거죠. 톡소는 개냥이인가봐요, 우리 말로 5년만에 내 팔에 붙어 자는데 벌써! ^^

하이드 2013-01-14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랑 개랑 참 다르지요? 저도 개사람이었다 고양이사람 되었는데, 둘은 되게 다르더라구요.

paviana 2013-01-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톡소야. 나도 좀 어케 안 되겠니 ??

깐따삐야 2013-01-1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로또 되면 좋은 일에 많이 쓰실텐데 말이죠. 톡소야 잘 좀 해봐! ^^

페크pek0501 2013-01-18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 속에 있던 소심한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어 버린 것."
요런 표현은 아무나 못하는 표현인데요.

로또 당첨되시면 님이 요즘처럼 글을 많이 올리시지 못할 것 같아요.
돈 쓰러 다니느라고 바쁘셔서...
그냥 당첨되지 마시고 요즘처럼, 처음처럼이 있는 서재를 유지해 주셨으면 해요, 저는... ^^

2013-01-31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3-01-3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많은 분들이 추천 & 댓글을 주셨네요. 그 후의 상황은 제가 나중에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 해피엔딩이어야 할텐데,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