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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상 ㅣ 스티븐 킹 걸작선 7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평점 :
스티븐 킹이 왜 각광을 받는지 모르고 살다가, <그것>을 통해 그의 진가를 확인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그것’이라고 불리는 괴물과 싸우고, 27년이 지난 후 다시 모여 그때 못죽인 ‘그것’과 대결하는 내용인데, 작가는 괴물과의 싸움만이 아니라 가정폭력(비벌리), 엄마의 과잉보호(에디), 학교폭력(헨리), 왕따 등등 여러 사회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상.중.하 세권, 총 1800페이지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라 지루할 수도 있지만, 중권의 고비만 넘긴다면 마지막 대결이 벌어지는 하권은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수 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몇가지로 정리한다.
1) 비벌리; 책에 등장하는 일곱 주인공 중 유일한 여자인데, 예쁘다. 소설 속에서 그녀가 나쁘기가 악마 수준인 헨리 패거리에게 쫓길 때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이유가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비벌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학대한-물론 성적으로도-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나중에 그녀가 택한 남편도 아버지와 판박이라 남편한테 수시로 허리띠로 맞아가며 산다. 성품이 어떻든간에 아버지같은 남자를 여자들은 정말로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스티븐 킹 혼자의 생각일까.
2) 벤: 초등학생 때 엄청난 뚱뚱이였던 벤은 27년이 지난 후 날씬한 미남자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다. 그와 대조적으로 초등학교 때, 심지어 대학 입학 때까지 별명이 ‘젓가락’이었던 나는 지금 튀어나온 배를 누가 볼까봐 가방으로 가리며 살아가는 중이다. 벤이 금의환향이라면 나는 누더기환향인 셈.
3) 헨리: 처음에는 어느 학교에나 있는 폭력적인 학생이라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어갈수록 말이 안되게 나쁜 아이임이 증명된다. 폭력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고, 진작에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할 수준인데, 그는 결국 자기 동생에 이어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난 뒤에야 보호소에 수감된다. 사형을 폐지하는 게 옳다고 믿지만, 이런 애나 얼마전 사형 판결을 받은 유영철 같은 사람을 보면 그게 최선인가 싶다.
4) 사소한 딴지; 좋은 책을 읽어놓고서 이런 걸로 딴지를 거는 내가 나도 싫다.
-[콩코드는 초속 700미터를 넘어 현란한 속도에 육박한다...시계의 계산기 기능이 맞다면(틀리다고 할 만한 이유가 없다) 콩코드는 1분에 29킬로미터를 날고 있는 셈이다(상권 342쪽)]
일초에 700미터를 난다면, 1분에 나는 거리는 0.7 x 60 = 42, 즉 42킬로다. 그러니까 빌이 찬 시계의 계산기 기능은 틀렸다. 일부러 틀렸을 수도 있겠지만, ‘틀리다고 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써놓은 걸 보니 스티븐 킹이 계산을 잘못한 게 아닐까. 아니면 '마일'인데 번역가가 잘못한 거든지.
-[실버의 짐바구니에는 장난감 총 여섯자루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그 중 두자루는 빌, 다섯자루는 리처드의 것이었다 (564쪽)]
스티븐 킹이 이런 쉬운 계산을 틀렸을 것 같진 않다. 원문을 못봐서 확인은 못하겠지만, 번역 과정에서 잘못한 게 아닐까? Six와 seven은 스펠링이 비슷하니까^^
5) 책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친구’의 정의가 에디의 생각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가슴에 와닿는 말이라 옮겨본다.
[에디는 좋은 친구니 나쁜 친구니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친구만 있을 뿐이다...함께 두려워하고 희망을 품고 이 세상을 어떻게든 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친구일지 모른다...좋은 친구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쁜 친구도 없다. 그저 내가 원하고, 함께 있고자 하는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내 가슴에 그들만의 집을 짓고 있다(하권 76-7쪽)]
다소의 인내심이 필요하긴 하지만, 스티븐 킹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추천해 주신 마냐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