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다른 모든 친구들과 바꾸지 않을 훌륭한 친구가 하나 있다. 나는 그에게 좋은 친구가 아니었던 적이 훨씬 많지만, 그는 나에게 늘 좋은 친구였다. 나도 나름대로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 친구 앞에서는 감히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내 친구들 중엔 가부장도 있고 바람을 피우는 애도 있지만, 그는 결혼한지 13년간 오직 자기 부인-물론 애들도-만을 사랑하며 살았다. 십년 넘게 살았으면 지겨울 만도 한데 그는 언젠가 “난 내 아내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해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가 내게 베풀어준 은혜는 내가 평생 갚아도 못갚을 것이지만, 난 그 친구를 너무 오래 잊고 살았고, 최근에야 그가 내 최고의 친구임을 알았다. 그걸 안 이후에도 난 내 삶에 빠져 그 친구에게 마음같이 잘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모임이 끝난 후 그와 우리집 옥상에 앉아 별을 보며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휴대폰에 저장된 노래를 내게 가르쳐 줬는데, 듣자마자 좋아하게 되버린 그 노래가 바로 안재욱의 <친구>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안되어 그의 부인은 암으로 입원을 했는데, 그와 옥상에서 <친구>를 부르던 생각이 나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친구> 가사 중에 다음 대목이 나온다.
‘이제 곧 우리의 날들이 온다고'
그런데, ‘우리의 날들’이 오는 대신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가 아프다니, 착한 그 친구에게 도대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아내가 입원을 하자 그는 일주일 내내 병원에서 밤을 샜고, 친구의 헌신적인 간병 덕분에 아내는 수술이 잘 되었고,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다.
오늘 차에서 씨디를 들으면서 집에 오는데, <친구>가 나오는거다.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물씬 났다. 그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 노래를 불러주면 왠지 멋있을 것 같았다. 그 친구도 분명 좋아하겠지 하는 맘에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이상과 실제는 언제나 다른 법, 막상 부르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노래도 잘 안나왔다. 그 역시 기뻐했다기보다는 좀 어이없어 한 듯하고. 참고로 말하자면 그는 내 알라딘 서재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내 친구고, 서재에 올리는 글을 통해 내 근황을 접한단다(답글은 언제나 비공개로...). 이 글도 틀림없이 볼텐데, 이 글을 읽고 그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언제나 고맙고, 내가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물론 그는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 친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다음 구절이다. "세상에 꺾일 때면 술한잔 기울이며 이제 곧 우리의 날들이 온다고/너와 마주 앉아서 두손을 맞잡으면 두려운 세상도 내발 아래 있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