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는 성당에 다니셨다. 비교적 독실한 신자인 어머님은 혼인 때 약속하신대로 우리 형제자매를 성당으로 이끌려고 하셨지만, 그 중 성당에 다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어머니는 토요일 저녁 때면 혼자 쓸쓸히, 서교동 성당에 나가신다.




어머님은 무슨 말씀을 하실 때, 그 말의 진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느님께 맹세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님이 말씀을 하실 때마다 “하느님께 맹세해?”라는 걸로 그 말의 진위를 가렸다. 진실인 경우에는 “맹세해!”라고 하시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내가 왜 그래야 돼?”라거나 “이런 일로 하느님을 들먹거리기 싫어”라고 하셨으니, 거짓말을 구별하는 건 비교적 쉬웠다.




친구 하나는 “인격에 맹세해?”라고 물음으로써 진위 여부를 판단한다. 이런 말을 듣고도 거짓말을 한다면 자기 인격을 부정하는 것같지 않는가? 또다른 친구는 “이게 거짓말이면 내가 니 아비다”라고 한다. 글쎄다. 그게 거짓이든 아니든, 난 그 친구와 부자지간이 되고픈 마음은 하나도 없는데. 거짓말의 경연장인 국회 청문회에서도 거짓과 진실은 웬만큼 드러난다. “기억이 안납니다”라는 말이나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는 말은 그 질문에 담긴 내용이 진실임을 입증해 주니까. 맹세 중 가장 쓰잘데기 없는 말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거다. 그 말을 들은 횟수는 수백번이 넘지만, 실제로 장을 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보다는 “거짓말이면 돈으로 얼마 준다”는 게 좀더 확실한 담보가 아닐까 싶다.




웃기려는 시도를 많이 해서 그렇지, 난 거짓말을 그리 썩 잘하는 건 아니다. 맹세까지 할 게 없이 그냥 “진짜야?”라고 물으면, 솔직히 말해준다. 내 생각에 내가 웃기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짓말을 한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 짐 캐리가 나오는 <라이어>는 거짓말이란 게 우리 삶에서 필요하다는 걸 역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이익을 위해, 눈앞의 곤란함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인간을 싫어지게 만든다. 예컨대 바람을 피운 걸 알고 있는데도 발뺌을 계속하는 남자의 모습은 얼마나 비참한가. 12월은 바르게 사는 달, 우리 모두 12월의 정신에 맞게 바른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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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06 0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12-06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속삭이신 분/님이야말로 안주무시고 뭐하세요???

쥴님/음,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짓말이면 만원 내놔"라고 할 것 같은데요??

날개 2004-12-0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12월이 바르게 사는 달인가요? 아~ 바르게 살아야겠다..ㅎㅎ

2004-12-0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얀마녀 2004-12-0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거짓말을 하면 워낙에 티가 나서 잘 못합니다. 거짓말이 안되니 대신 뻔뻔함만 늘더군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