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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평점 :
연식이 오래되니 차가 자주 고장이 난다.
차를 맡기고 나서 고쳐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점에 들렀다.
그때 눈에 띈 책이 바로 <소년을 위로해 줘>,
‘미녀를 위로해 줘’도 아닌 이 책에 그다지 흥미가 가진 않았지만,
은희경이란 이름값은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돌이켜보면 은희경의 책을 사서 실망한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
마지막 부분이 꽤 지겨웠지만 이 책도 그럭저럭 읽을만은 했다.
내 불만은 딱 하나, 제목이 왜 ‘소년을 위로해줘’인가다.
주인공 강연우는 싱글맘이긴 해도 자애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고,
결정적으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채영이란 여인과 사귄다.
손을 잡는 것은 물론 키스까지 하는 그 녀석을 내가 왜 위로해 준단 말인가?
게다가 강연우의 친구 여동생도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으니,
위로란 가당치도 않다.
시커먼 남자들에 둘러싸인 채 중고교 시절을 보냈고,
우리를 때릴 궁리만 하셨던 아버지와 더불어 살아야 했던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갑자기 화가 치민다.
그래도 중고교 때 추억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더니 딱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반 애들 전체의 앙케이트를 모아 반 회지를 만들던 고2 때가.
만드는 내내 즐거웠고, 만들어진 회지를 읽으며 낄낄거렸었지.
책이 나온 지 딱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회지는 전량 압수됐고,
나를 비롯해 회지 만드는 걸 주동한 몇몇은 교무실을 들락거렸다.
“가장 싫어하는 선생님은?”이란 항목이 있었던 게 문제가 된 모양인데,
그 때문에 6년 중 딱 한번 있을 뻔했던 추억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니 강연우, 괜히 힘든 척 하지 말라고!
읽으면서 느낀 점 하나.
주인공인 강연우의 어머니는 40세인데, 미녀다.
오년 전만 해도 “어머니가 어떻게 미녀야!”라며 책을 집어던졌겠지만,
나이가 많아지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중년의 나이가 가져다 준 관대함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