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설명: 이 사람이 <명랑소녀성공기>에 나왔던 한XX란다. 그땐 연기를 못했는데, 여기선 그런대로...
[다음 예고편은 날 슬프게 한다. <투가이즈>, 박중훈과 차태현이 주인공이다. 박중훈의 유머엔 이제 식상했고, <해피에로크리스마스> <첫사랑 사수..> 등 굵직한 히트작을 낸 차태현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지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 영화가 만들어지는 비결이 궁금해 죽겠다]
지난번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렇게 비판을 해놓고선 그 영화를 보는 건 정말 쑥스러운 일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순전히 플라시보님 때문이다. 냉정한 판단력의 소유자인 플라시보님이 이런 말을 하는데 안볼 수가 있겠는가?
[이 영화 예상외로 웃겨 주신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는 참으로 간만이었던지라 나는 머리속을 비우고 마음껏 웃었다]
그래서 난 어제 나랑 늘 밥을 같이 먹는 조교와 함께 극장에 갔다. '이게 재미있을까'라고 의문을 품는 조교선생을 설득해 가면서. 영화가 시작한지 20분이 지났을 때까지 난 한번도 웃은 적이 없다. 그 동안 박중훈은 신나게 오버를 했지만, 웃어줄 만한 대목이 없었다. 초조했다. 하지만 23분쯤 경과할 무렵 난 한번 웃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할 무렵, 그때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갈수록 웃긴다. 욕이 난무하고 화장실 유머가 창궐하지만, 어찌되었건 웃기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난 근래 보기 드물게 웃어댔다. 물론 조교선생도 만족했고.
박중훈은 아직 안늙었고, 특유의 난처한 표정을 보니 반갑기까지 했다. <종합병원>에서 귀여운 의사 역할을 했던 차태현은 자신의 귀여움을 유감없이 발산했다. 그들의 연기는 오버에 가깝지만, 스토리가 워낙 재미있다보니 단점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알쥐카드 해결사로 나오는 이혁재가 "털 뽑아봐!"를 외치면서 가슴을 보일 때, 얼굴만 봐도 웃기는 손현주가 나왔을 때도 난 배가 아프게 웃었다. 입소문 탓인지 사람들은 빽빽히 객석을 채웠다. 플라시보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한가지 궁금한 것. 그 가방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영화 속에는 거기에 대한 답이 없던데. 그간 예고편만 보면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다 알 수 있다고 믿었건만, 이 영화를 보면서 난 그게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해피에로 크리스마스>나 <낭만자객> 같은 영화를 누가 보나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아무도 그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그 영화가 어떤지 난 알 수 없을 것이다. 미리 영화를 보고 영화의 가치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 선구자는 필요한 법이다. 물론 내가 그 선구자가 될 마음은 없다. 너무 이기적인가?